요즘 극장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영화 ‘써니’에는 ‘7공주’가 등장한다. 극 중 여고시절 7명의 친구의 모임을 일컫는 이 말은 실제 많은 이들의 학창시절 귀에 익은 것이기도 하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한때 ‘7공자’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재벌가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자제들이 한때 벌인 타락상을 ‘공자’라는 표현에 빗댄 것이다.
1975년 오늘 ‘7공자’라는 말을 낳은 희대의 사건이 터졌다. 이날 대검찰청 특별수사부는 모 재벌가 장남 박동명 씨를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26만5000 달러를 해외에 불법유출한 혐의였다.
그러나 세상을 더욱 떠들썩하게 한 사건은 박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바로 박 씨가 숱한 여성들과 어울렸고 그 속에 당대의 인기 연예인들이 관련됐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알선책까지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심지어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박동명 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해당 연예인들의 명단이 나돌기도 했다. 결국 한 배우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이름을 실명으로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당시로는 사상 최고 보상요구액인 1억5000만 원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이 더욱 커져가자 연예계 각 단체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박동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린 가수들은 가수협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동명 사건’을 계기로 자체 정화 움직임에 나선 연예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