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9’ 기자에세이]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꼴찌 드라마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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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7시 00분


미처 못 다 쓴 이야기 ④

 
‘꼴찌에게도 박수를…’

올해 안방극장은 풍년이었습니다.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과 화려한 톱스타들의 귀환 등으로 시청률 40%가 넘는 드라마가 5편이나 탄생했습니다.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찬란한 유산’, ‘아이리스’, ‘선덕여왕’ 등은 국내외에서 넘치는 사랑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시작과 동시에 소리 없이 잊혀진 드라마도 어느 해보다 많았습니다. 방송3사에서 1월부터 방송한 드라마(단편 특집극 제외)는 총73편(KBS 24, SBS-24, MBC-25편)입니다. 이중 우리가 기억하는 드라마는 몇 편이나 될까요?

16부작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드라마 1편을 만드는데 기획 단계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짧아도 5∼6개월이 걸립니다. 대부분 제작 여건상 ‘당일치기’로 찍어 그날 방송되는 일명 ‘생방송 드라마’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촬영기간 내내 거의 매일 밤샘 촬영으로 3∼4시간 밖에 못자는 그들 고생은 일반인의 상상 이상입니다.

언젠가 시청률이 부진한 드라마의 한 관계자가 “제발 시청률 기사 좀 쓰지 마라”고 푸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신도 매일 시청률 자료를 챙겨 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온갖 고생을 하며 만든 드라마가 부진하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잠을 이루기 힘들다는군요. 그는 시청률 기사가 “제작진과 출연진의 가슴에 칼로 꽂힌다”고 표현합니다.
 
올해 방송한 드라마 가운데 가장 낮은 시청률의 작품은 23일 현재 기준으로 MBC ‘히어로’입니다. 평균 4.4%(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결과)입니다. 그 뒤를 이어 ‘드림’(4.9%), ‘맨땅에 헤딩’(5.2%), ‘탐나는 도다’(5.7%), ‘전설의 고향’(5.7%), ‘천하무적 이평강’(5.9%), ‘떼루아’(6.4%%), ‘공주가 돌아왔다’(6.6%), ‘트리플’(6.6%)이 있습니다.

편성 운이 없어 대작과 맞붙었거나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청률이 낮다고 이들 작품에 들인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눈물이 적을까요.

꼴찌가 있기 때문에 1등이 있고, 실패한 드라마들이 쌓여 결국 대박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드라마 왕국’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겁니다. 올 한 해 수고한 꼴찌 드라마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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