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연애담 아니면 할말이 없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지상파 예능프로, 출연자 사생활 캐기에 치중

“(옛 연인과) 연락은 하는지…?”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잘 헤어진 케이스예요?”

15일 방송한 KBS2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사진)에 출연한 유진에게 MC 신봉선이 던진 질문이다. 유진이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내보내고 실명에 ‘옛 연인’이라는 설명을 붙여 자막으로 소개했다. 유진이 간단히 답한 뒤 어색하게 웃는 모습도 방송에 나갔다. 시청자 김진영 씨는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연애사는 당사자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사생활과 신변잡기에 치중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유진은 “한 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몇 명의 남자들에게 대시를 받았는가” “스타끼리 만나면 데이트는 어떻게 하나” 같은 질문도 받았다.

10일 방송한 SBS ‘야심만만2’에서도 MC인 강호동 윤종신은 출연자 유진, 송지효, 박한별, 이영진에게 “남자 연예인과 사귄 적이 있나” “혹시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유명한 분이냐” “이제까지 만났던 남자들이 연예인이었나” “몇 년이나 만났나”를 물었다.

이날 이영진은 “(MBC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예전에 그와 교제했던 남자 연예인이 그 드라마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영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부러 굳이 피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MC는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느냐”고 물었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17일 방송에는 최근 열애 사실을 공개한 가수 길, 박정아와 자사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가수 김용준, 황정음 커플이 출연했다. 방송 내용은 첫 만남과 첫 키스, 서로에게 고쳐줬으면 하는 점,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남자들의 깜짝 러브레터 공개 등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최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이 창의적인 기획보다는 연예인 출연자들의 연애사 같은 고백 발언에 기대고 있다”면서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다보면 스스로 덫에 걸리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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