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 타고 생고기 씹고 ‘신들린 15세’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영화 ‘불신지옥’에서 신들린 아이 소진 역을 맡은 배우 심은경. 그는 “영화 연출가로 1인 기업을 차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원대연 기자
영화 ‘불신지옥’에서 신들린 아이 소진 역을 맡은 배우 심은경. 그는 “영화 연출가로 1인 기업을 차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원대연 기자
영화 ‘불신지옥’ 심은경 “사이코패스도 연기하고파”

올해 열다섯 살. 배우 심은경의 이력은 나이에 비해 화려하다. 드라마 ‘황진이’(황진이), ‘태왕사신기’(수지니), ‘태양의 여자’(도영) 여주인공을 모두 그가 연기했다. 물론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장면이다. 최근 한 CF에서 서태지에게 “아저씨는 누구세요”라며 무안을 줬던 당찬 소녀가 바로 그다.

새 영화 ‘불신지옥’에서 그는 신들린 소녀 소진을 연기했다. 13일 개봉하는 ‘불신지옥’은 도를 넘는 광신과 미신이 불러오는 파국을 그린 공포영화. 그러나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경은 영화 속 강렬한 캐릭터와 정반대로 보였다. 눈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다.

“친한 사람들이랑은 말을 곧잘 하는데요, 낯을 가려요. 연기도 ‘성격 개조’하려고 시작했어요.”

교통사고로 목숨은 건졌지만 신이 들린 소진은 극중에서 신을 부르다 작두도 타고 눈알을 360도 굴리기도 한다. 집에 있는 음식을 모조리 먹어치우면서 “배고파, 밥 줘”를 연발하고 의자에 올라가 생고기를 씹어 먹는, 쉽지 않은 배역이다.

심은경은 “모형 돼지고기는 가짜 티가 나서 생고기를 먹겠다고 했다”며 “작두에 손을 올려놓고 고개를 뒤로 젖힐 땐 순간 귀가 안 들리더니 시야가 흐려지더라”라고 말했다. 스스로 일종의 ‘접신’을 경험한 걸까.

“생고기를 씹어 먹으며 강하게 ‘째려보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위엄 있게 보여야 한다며 단박에 고쳐주시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연기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다른 배우에게 소진 역할이 돌아갔다고 생각하면…. 제가 하길 잘한 거 같아요.”

방금 전 아이스초콜릿을 마셨다는 그는 눈앞의 김밥을 덜렁 집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말투도 옷차림도 도통 꾸밀 줄 몰라 보였다. 옆에 앉아있던 어머니는 “오빠가 입었던 보이스카우트 체육복만 입으며 중학교 3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태왕사신기’에서 연기한 덜렁이 수지니가 바로 나”라고 했다.

하고 싶은 배역을 묻자 “사이코패스 역할”이란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히스 레저의 연기를 보며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 출연했을 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찍게 됐는데요. 연기는 연기일 뿐이잖아요. 경험해본 적도 없고, 경험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처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 인물이 되는 거예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아 뿌듯해요.”

국어와 사회 과목을 잘한다는 그는 ‘에픽하이’ 음악을 들으며 시를 즐겨 쓰고 공상과 ‘프라모델’ 모으기가 취미. 장래 희망은 연출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1인 기업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사무실의 이름도 벌써 정했다. ‘심(Shim) 컴퍼니’다.

“감독님이라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잖아요.(웃음) 해보고 싶은 얘기가 굉장히 많은데, 제가 기업이 되고 감독이 되면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가고 싶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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