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되고 싶어요”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에 2500여명 몰려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케이블 채널 엠넷의 ‘대 동경소녀’ 출연자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연습실에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조종엽 기자
케이블 채널 엠넷의 ‘대 동경소녀’ 출연자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연습실에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조종엽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지하 연습실에서 케이블 채널 엠넷의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대 동경소녀’(22일 첫 방영) 지원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가수 ‘솔 플라워’ 등 2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이들은 8회의 미션을 통과하면 연습생 생활을 거쳐 일본 아이돌 그룹 ‘모닝구무스메’의 일부 멤버가 참여하는 ‘하로 프로젝트’ 팀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다. 중3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나이의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 하나였다.

“부모님은 ‘연예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반짝 좋지만 빛을 잃으면 팬들이 떠나지 않느냐,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겠느냐’라며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제 꿈은 가수인 걸요.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빠른 때인 것 같아요.”

오디션 지원자인 서울대 국악과 안하영 씨(22)는 아이돌 가수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다. 부모의 뜻에 따라 국립국악중에 진학해 거문고를 전공했지만 꿈은 따로 있었다. 안 씨는 “네가 얻는 게 뭐냐”는 교수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디션에 지원해 지난달 중순 2500여 명과 경쟁해 다른 14명과 함께 예선을 통과했다. 대학 친구들은 출연 사실을 아직 모른다. 안 씨는 “아이돌 그룹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볼까 두려워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사는 양모 양(16)은 오디션 때문에 서울을 오가느라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게 걱정이다. 촬영 일정과 겹쳐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가지 못한다. 양 양은 “아쉽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요즘 연예계가 흉흉해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누군가가 내 노래가 담긴 CD 한 장을 사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김초혜 씨(20)는 ‘백조 탈출 형’ 도전자다. 그는 집에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면서도 일본의 음악 전문 학교에 가겠다는 꿈을 간직해 오다가 기회를 얻었다. 김 씨는 잔뜩 긴장한 채 심사위원의 질문에 “예!” 하고 짧고 크게 대답했다. 도전자마다 각기 사연이 있지만 모두 “가수가 되는 것은 간절한 소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솔 플라워’는 이들의 경연을 보고 “TV로 ‘소녀시대’ ‘원더걸스’ 같은 여성 아이돌 그룹을 보면서 속으로 ‘쟤는 이런 점이 부족하네…’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 보여준 춤이나 노래하고 비교하니까 그들이 잘하는 것 같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지원자들은 이날 “목소리가 뒤집어진다” “음정이 맞지 않는다” 등 혹평을 받았고 심사위원이 떠나자마자 늦게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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