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교수와 20대 여학생의 ‘풋풋한 사랑’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19일 개봉 ‘엘레지’

“늙는 것과 성숙하는 것은 달라.”

19일 개봉하는 ‘엘레지(elegy)’에서 24세의 여학생(콘수엘라)과 사랑에 빠진 62세의 교수(데이비드)에게 시인인 친구가 건넨 말이다. 그는 “(그 여학생이) 호기심 때문에 노인과 잤을 거야. 한 번 잤으니까 (자네가) 만족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데이비드와 콘수엘라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고야의 그림 ‘옷 입은 마야’를 매개로 두 사람이 처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의 떨림은 풋풋한 청춘의 첫사랑과 다르지 않다.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인화하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산책길에는 퇴폐적인 그늘이 없다.

영화는 망설이고 의심하다가 사랑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 역시 젊은이나 노인이나 다를 바 없음을 씁쓸하게 보여준다. 데이비드가 콘수엘라 주변의 남자들을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둘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꼬리를 무는 데이비드의 걱정은 수많은 연인이 되풀이하는 예정된 파국을 부른다.

제목 ‘엘레지’는 과거를 비통하게 회상하는 그리스 시를 뜻하는 말. “어차피 떠날 사람이었다”고 무심하게 되뇌던 데이비드는 2년 만에 걸려온 콘수엘라의 전화에 “이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살아남아 있었다”고 흐느끼며 주저앉는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했다. 크루즈의 성숙미보다 빛나는 것은 노장 배우의 열연. 27년 전 ‘간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벤 킹슬리(66)와 ‘스피드’의 악당 데니스 호퍼(73)의 무게감이 돋보인다.

원작은 필립 로스의 소설 ‘죽어가는 동물’. 베토벤과 에릭 사티의 피아노 곡, 쳇 베이커의 트럼펫 곡이 분위기를 더한다. 베드신 몇 장면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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