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vs ‘꽃남’ … 월화夜 엄마와 딸 ‘드라마 대전’

  • 입력 2009년 1월 31일 13시 00분


[사진 = KBS 홈페이지]
[사진 = KBS 홈페이지]
[사진 = MBC 홈페이지]
[사진 = MBC 홈페이지]
"엄마한테 리모컨을 뺏겼어요."

"아빠의 강요로 오늘도' 에덴의 동쪽'을 봐야 하나요?"

KBS2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돌풍을 일으키며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놓고 MBC '에덴의 동쪽'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학원물인 '꽃보다 남자'는 10~20대 자녀 세대가, 시대극인 '에덴의 동쪽' 은 40~50대 부모 세대가 주로 시청하는 등 연령대가 확연히 대비 된다.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두 드라마를 놓고 부모와 자녀 간의 TV 리모콘 쟁탈전이 치열한 이유다. 포털 사이트와 방송국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세대간 가치관 차이를 보여주는 장외 논쟁이 뜨겁다.

● 40~50대 "도대체 '꽃남'은 만화냐 드라마냐"

TNS 미디어 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꽃보다 남자'는 시청자 가운데 10대 여성이 28.5%로 1위를 차지했다. 20대 여성(18%), 30대 여성(16.7%)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에덴의 동쪽'은 40대 여성이 20.4%로 1위였고 50대 여성(19.6%), 30대 여성(17.6)%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주요 연령층을 보면 TV 앞에 앉은 엄마와 딸이 채널 선택을 두고 시끄러울 법 하다.

부모 세대는 한결같이 '꽃보다 남자'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비판한다. '꽃보다 남자'는 평범한 세탁소 집 딸이 사회 1% 상류층만 다닌다는 사립학교 '신화고'에 우연히 입학한 뒤 최상류층 자제들의 모임인 F4의 두 남자와 삼각관계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

시청자 게시판에 의견을 올린 부모들은 "탈선 청소년들의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 "최상류층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사치스럽다" "학교 폭력 장면이 너무 선정적"이라며 과연 자녀들에게 보여줄 만한 드라마인지 고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10대들은 "엄마들이 좋아하는 '에덴의 동쪽'의 출생의 비밀이 더 뻔하지 않나"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꿈도 못 꾸나" "드라마보다 우리 학교 폭력이 더 심각하다"며 어른들이 10대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 10~20대 "만화보다 더 황당한 '에덴'"

'에덴의 동쪽'은 1960년대 탄광촌을 배경으로 뒤바뀐 운명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복수를 꿈꾸는 형제의 이야기다. 시대적 배경과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장해가는 형제의 이야기가 40~50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끈끈한 정과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그리겠다는 초반 기획 의도와 다르게 '출생의 비밀' 에 치중하면서 "3각, 4각 관계를 넘어 18각 관계"라며 진부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원수 집안의 두 아들이 바뀌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면 '몰래 엿듣고, 아이를 바꾼 간호사 레베카를 찾아가 울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말하다 누군가 알게 되는 패턴'이 벌써 4회째 반복되고 있는 것.

10대들은 "해외 촬영만 했을 뿐 또 출생의 비밀?" "차라리 레베카 집 앞에 번호표를 설치해라" "옆에 서 있는 거 안 보이냐"라며 '꽃보다 남자'보다 '에덴의 동쪽'이 더 뻔한 이야기라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본에 등장하는 대화가 "1위 핏줄, 2위 동우욱아, 3위: 혀어어어엉~~~!" 뿐이라며 스토리가 엉성함을 비꼬는 게시글도 있었다.

부모세대는 '꽃보다 남자'를 만화 속 판타지일 뿐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극 전개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하는 반면 자녀세대는 '에덴의 동쪽'이 억지 설정으로 역사 드라마임에도 판타지보다 더 개연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 만화나 외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탄탄한 스토리에 익숙해진 10~20대들이 50~60대와는 다른 문화적 감수성을 갖게 된 것도 '꽃남'과 '에덴' 공방전이 치열해진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 무조건 본방 사수, 왜?

두 드라마 팬들의 신경전이 팽팽해지면서 시청자 게시판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본 방송을 봐야 한다는 운동도 한창이다. TV 채널을 독점할 수 없는 10~20대들은 지상파 DMB나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를 통해 시청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이러한 시청 방식은 시청률 조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본방 사수'를 외치는 것.

10~20대들은 수동적으로 TV 시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배우에 대한 UCC, 패러디 뉴스, 인터넷 게임까지 만들며 '드라마 놀이'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마니아 문화를 형성하는 10~20대 특징 역시 40~50대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에덴의 동쪽'은 54회로 연장되어 앞으로 10회 정도 '꽃보다 남자'와 월화드라마 왕좌 자리를 다투게 된다. 과연 '드라마 대전' 승자는 어느 쪽일까?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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