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청춘”… 노인밴드의 감동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3시 01분


실버 코러스밴드 ‘영 앳 하트’의 뮤직비디오. 이들의 공연을 담은 ‘로큰롤 인생’은 이런 뮤직비디오를 자주 보여준다. 사진 제공 진진
실버 코러스밴드 ‘영 앳 하트’의 뮤직비디오. 이들의 공연을 담은 ‘로큰롤 인생’은 이런 뮤직비디오를 자주 보여준다. 사진 제공 진진
27일 개봉 ‘로큰롤 인생’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에 흘러가는 엔딩 크레디트. 출연자의 이름 옆에 선명한 활자로 각자의 나이가 나온다.

‘조 83세, 헬렌 76세, 루이즈 77세, 일레인 83세, 진 83세, 렌 86세….’

이들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스햄프턴의 코러스밴드 ‘영 앳 하트(Young @ Heart)’ 멤버들이다. 평균 나이 81세인 백발의 싱어들. 가장 ‘젊은’ 멤버의 나이가 73세다. 27일 개봉하는 ‘로큰롤 인생’(전체 관람가)은 밴드 이름 그대로 ‘마음은 청춘’인 이들의 2006년 공연 준비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의 레퍼토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첫 장면부터 깨진다. 최고령 멤버인 93세 아일린 홀 씨가 리드보컬을 맡은 ‘머물까요 떠날까요(Should I Stay Or Should I Go).’ 1970, 80년대에 활동했던 영국의 펑크 록 그룹 ‘클래시(Clash)’의 히트곡이다.

단장 밥 실먼 씨는 1982년 한 식당 공연에서 84세 노인이 들려준 멋진 노래에 감동해 ‘영 앳 하트’를 결성했다. 함께 노래하는 행복을 찾아 모여든 노인들에게 실먼 씨가 요구하는 노래는 만만한 합창곡이 아니다.

데이비드 보위의 ‘황금의 나날들(Golden Years)’, 지미 헨드릭스의 ‘퍼플 헤이즈(Purple Haze)’,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로드 투 노웨어(Road to Nowhere)’,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갓 유(I Got You)’…. 젊은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라도 고개를 갸웃할 곡들이다.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가사를 잊어버리는 멤버들. 야심 차게 신곡을 들이밀었던 열정적인 단장 실먼 씨조차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포기를 선언한다. 하지만 노익장 멤버들은 부활절 연휴 동안 쉬지 않고 연습해 기어이 어려운 곡을 불러낸다.

7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몇몇 멤버가 죽음을 맞는다. 삶의 기운에 충만한 노래를 부르던 이들의 죽음은 갑작스럽지만 서글퍼 보이지 않는다. 아일린 홀 씨의 말처럼 그들은 “무대 위에서 내려와 하늘 위 무지개 위에 서서 친구들의 노래를 듣는” 듯하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처음 4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가 입소문을 타고 212개 극장으로 확대돼 6개월간 장기 상영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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