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모습 단순하게 쓰는 것”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연합뉴스
“요즘 드라마는 불륜과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로 비빔밥을 만들어요. 시청자들이 엽기적인 드라마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65·사진) 작가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 ‘서울드라마페스티벌 2008’ 특설무대에서 팬과 드라마 작가 지망생 100여 명과 1시간 동안 자리를 같이했다.

김 작가는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마음과 소통하기를 원한다”며 “특별하고 희한한 소재 대신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 단순하게 쓰는 것이 40년간 드라마를 쓸 수 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드라마를) 딱 보면 작가의 함량이 나오는데 요즘 많은 드라마가 중학생의 습작처럼 질이 떨어진다”며 “요즘 드라마는 장난이 반인데 드라마를 오락이 아니라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후배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요즘 ‘베토벤 바이러스’와 ‘신의 저울’을 재미있게 본다”며 “‘베토벤 바이러스’는 착한 사람들이 나와 기분 좋게 보고 있고 ‘신의 저울’도 작가가 썩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스타 배우’들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김 작가는 “자기가 완성품이라고 착각하는 젊은 배우들과는 일 안 한다”며 “배우로서 스스로를 정리 정돈한 이들이 좋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다음 드라마는 SBS TV와 할 예정이지만 2009년까진 쉴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집필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또 배우 이경영 씨가 한때의 잘못으로 너무 오래 쉬고 있다고 언급해 차기작에서 그를 캐스팅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김 작가는 최진실 씨 사망과 관련해 “인기는 뜬구름처럼 흘러가고 아침 이슬처럼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무대에서 내려설 수 있는 영혼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국방송작가협회 드라마작가 과정 수강생인 이지연(24) 씨는 “김 작가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옆집에 살고 있는 실존인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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