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에 5.18이란 뜨거운 감자를 쥔 김지훈감독

  • 입력 2007년 7월 11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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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스틸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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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그는 경상도 사내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36) 감독. 전작이 조폭 코미디 '목포는 항구다'였고 이번엔 5·18. 당연히 호남사람인줄 알았다.

"대학에 가기 전까진 호남사투리 한번 못 들어봤다"는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는 슬퍼서 울었고 5·18 때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알고 무서워 울었다"던 대구 남자였다.

'화려한 휴가'는 여러모로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다. 우선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올해 한국 영화 중 최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안 그래도 여기 저기 거미줄 쳐진 충무로의 숨통을 거머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의 태풍에 맞서야한다. 여기에 대선의 해에 5·18이란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이 '눈치 없는' 영화를 만든 김 감독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다.

●왜 지금 5·18인가?

5·18때 10살이었던 나는 대학에 가서야 자료집을 읽고 진실을 알았다. 충격 속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몰랐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27년 전 그 사건에 대한 평가와 보상도 이뤄졌다. 5·18은 고귀하고 우러러볼 역사는 됐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잊혀졌고 우리 삶과 동떨어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감춰졌다. 하지만 광주에 가보라. 사람들 삶 속에 역사가 배어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삶으로 역사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왜 당신인가?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시절 "영화는 1초에 24발의 필름을 쏘는 기관총이 돼야한다"는 운동권 선배도 있었다. 나는 "프레임 하나하나가 피카소의 추상화가 돼야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5·18을 영화화하겠다고 생각했다. 5·18을 소재로 한 '꽃잎', '부활의 노래', '박하사탕' 같은 영화가 계속 나와 불안(?)했지만 5·18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없었다. 데뷔작인 '목포는 항구다'는 영화사 '기획시대'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를 오래 전부터 기획해 온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가 불쑥 찾아와 "당신이 맡으라"고 했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왔다.

●왜 상업영화인가?

난 예술영화감독이 아니라 대중영화감독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영화를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한국감독들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사람)였지만 이젠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가 돼야한다. 그래서 최대한 먹물 냄새 안 나게 찍었다. 연정(戀情)과 부정(父情)이라는 대중적 감수성을 통해 5·18의 진실을 향한 나침반만 제시하고 이념이나 정치적 해석은 다 뺐다.

●영화 속 진실게임

광주시민들이 애국가를 들으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을 때 공수부대의 총격이 시작되는 장면을 놓고 배우들도 기막힌 극적 효과라고 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영화 속 인물은 실제모델을 합성해 만들었다. 시민군을 이끈 박흥수 대령은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예비역 육군대위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거부하고 옷을 벗은 전남도경 고위 경찰관을 합쳐놓은 인물이다. 도청진압 순간 시민군들이 무전기를 통해 끊임없이 유언을 남기는 장면은 연출이었지만 당시 시민군들의 사진을 보면 실제로 무전기가 도처에 등장한다. 그것이 '소통의 부재'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갈망을 상징한다고 봤다.

:화려한 휴가는….: 눈치는 없을지언정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다. 순박한 택시운전사 강민우(김상경)와 고교생인 동생 진우(이준기), 예비역 대령출신의 택시회사 사장인 박흥수(안성기)와 딸인 간호사 박신애(이요원) 같은 소시민들이 왜 죽음을 각오하고 국가공권력에 맞서 싸우게 됐나를 118분이라는 '경제적 시간' 안에 담아냈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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