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사랑?… 빼앗기도 뺏기기도 하는거죠”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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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편과 불륜에 빠지는 이화영 역을 맡은 김희애. 란제리룩과 부풀린 파마 머리 등 변신을 시도한 그는 “착한 아내와 헌신적인 어머니의 틀을 벗어던지고 자신에게 솔직한 화영에게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
SBS TV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편과 불륜에 빠지는 이화영 역을 맡은 김희애. 란제리룩과 부풀린 파마 머리 등 변신을 시도한 그는 “착한 아내와 헌신적인 어머니의 틀을 벗어던지고 자신에게 솔직한 화영에게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
SBS TV ‘내 남자의 여자’서 파격 변신

“이전의 김희애 잊어주세요”

팜 파탈. 김희애(40)가 SBS ‘내 남자의 여자’(월화 오후 9시 55분)에서 란제리룩으로 속살을 드러내며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 준 착한 아내 이미지를 벗었다. 군살 없는 몸매와 강렬한 눈빛으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해 진한키스를 나누는 극중 이화영의 모습은 마흔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미용실에서 파마머리를 한껏 부풀리며 화영을 닮아가는 김희애를 만났다.

“미안은 해요.”

극중에서 친구의 남편을 뺏은 것을 두고 화영은 조소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답한다. ‘미안해요’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주부, 남편을 뺏기는 착한 아내…, 그동안 제 배역과 연기가 지겨웠어요. 나이도 있는데 이런 매력적인 악녀로 변신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내 남자의…’는 남편의 자살로 홀몸이 된 이화영이 친구 김지수(배종옥)의 남편 홍준표(김상중)와 불륜에 빠지는 내용이다. 김희애는 화영에 가까워지려고 외국에 가서도 의류 매장을 찾아다니며 란제리룩 의상을 골랐다.

“나이는 틀에 불과해요. 때로는 주위 시선 때문에 한국 사회가 만든 40대 여자의 굴레에 갇힌 나 자신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희애는 “악녀이지만 아름다움과 감정에 솔직한 화영을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사처럼 ‘돌 맞아 죽을 불륜’이죠. 하지만 사랑 앞에서 한 ‘여자’가 된 화영에게 공감하시는 분도 많은 듯해요.”

김희애는 KBS2 ‘부모님 전상서’, SBS ‘눈꽃’ 등에서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겨 이혼하거나 불치병에 걸려 죽는 아내를 연기했다. 악역은 MBC ‘폭풍의 계절’ 이후 14년 만이다. 늘 뺏기기만 했는데, 상반된 역할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뺏는 여심(女心)? 제가 뺏길 수도 있죠. ‘내 남자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내가 지수를, 여자가 화영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사랑은 소유자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지만 그는 정작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첫 대본 연습에서 정을영 PD와 김수현 작가가 자신의 악녀 연기에 “실망스럽다”고 할 때는 철저히 김희애를 지워 버리고 싶었다고 한다. 3회 방영분에서 준표와 몰래 만나 호텔로 가는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 표현이 잘 안 돼 속상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김희애는 집에서 혼자 드라마 모니터를 한다. 가족이 있으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바뀐 머리 스타일을 안 좋아해요. 친정어머니도 ‘내 딸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시고….”

드라마에서 화영은 지수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 지수는 “편안하다”고만 답한다. 행복과 편안함의 차이. 김희애는 어느 쪽인지 물었다.

“편안해요. 아이들이 숙제를 끝내고 남편이 퇴근해 온 가족이 거실에서 영화를 볼 때, 행복보다 편안함을 느껴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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宛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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