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KBS 보조금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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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새 케이블 채널을 만들었다. 곧 송출을 시작하는 ‘KBS스카이패밀리’는 퀴즈와 버라이어티쇼를 전문으로 하는 오락채널이다. 지난해 12월 허용된 KBS의 낮방송은 상당부분 재방송이다. KBS의 방만한 경영이 질책을 받고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시기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KBS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그럼에도 자꾸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조직이기주의가 팽배한 탓이다.

▷지난 월드컵 기간 중에 KBS는 1, 2TV를 합해 하루 평균 11시간 32분씩 월드컵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2개 채널을 합한 것이긴 해도 하루 9시간 58분씩 월드컵 프로를 내보냈던 SBS보다 많은 시간이다. 월드컵이라는 대목 장사에서 공영방송이 나름대로 체통을 지킬 것을 기대한 것 자체가 헛꿈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K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돼 방송계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상파 방송은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블에도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광고매출 비율은 8 대 2로 지상파의 압도적 우위다. KBS스카이 등 자회사를 통해 케이블에 진출해 있는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업계 전체가 올리는 순수익금의 80%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지상파의 인기 프로를 케이블에서 재탕하는 ‘저비용 고수익’ 장사 덕분이다. 이런 독과점 체제 속에서 KBS는 보든 안 보든 시청료를 강제 징수해 간다. 안팎에서 돈을 번 KBS는 올 상반기에만 661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

▷그런데도 KBS는 올해 국고보조금을 신청해 43억 원을 배정받았다. 내년의 보조금은 179억 원을 이미 요구해 놓고 있다. 국외에 내보내는 대외(對外)방송을 해 주는 대가라고 하지만 지나치다. 광고를 내보내고 시청료도 받으며 양쪽을 챙기다가 적자라도 날 것 같으면 바로 국민한테 손 벌리면 되는, 참으로 속 편한 ‘그들만의 경영방식’이다. 방송에 감사한다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통제수단이 없다”고 개탄하기에 이른 KBS에 속 뒤집히는 국민은 어찌해야 하나.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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