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굵은 남성사극 ‘연개소문’ VS 섬세한 여성사극 ‘주몽’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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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7년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700여 년 뒤 고구려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연개소문. MBC와 SBS가 최근 방영 중인 두 사극의 주인공이다. SBS ‘연개소문’(토일 오후 8시 45분)은 지난주 첫 방영에서 23.5%(TNS미디어코리아 조사)의 시청률로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고, MBC ‘주몽’(월화 오후 9시 55분)은 방영 두 달 만에 시청률 40%를 눈앞에 두고 있다. 두 드라마는 똑같이 ‘고구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연개소문’을 남성 취향 사극, ‘주몽’을 여성 취향에 잘 맞는 드라마로 보고 있다.

SBS 홈페이지 시청 소감란에서 시청자 ‘김복숙’은 “‘주몽’은 영화 ‘왕의 남자’와 같은 퓨전사극으로 무협에 가까우며 ‘연개소문’은 ‘태조 왕건’처럼 스펙터클한 대하 사극”이라고 평했다. 대중문화 커뮤니티인 ‘베스티즈’의 회원 ‘qw’는 “여학생들은 사극도 (‘연개소문’보다) ‘주몽’ 같은 내용을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 ‘다음’에 있는 ‘주몽’의 팬카페에서 ‘동명성왕’이란 회원은 “‘연개소문’에 전쟁 장면이 많아서 남성들의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분석했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 조사도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주몽은 20∼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연개소문’은 중장년층과 남성 시청자가 많았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30대 여성시청률에서 ‘주몽’은 22.8%, ‘연개소문’이 15.1%였다. 50세 이상 남성에서는 ‘연개소문’이 16.8%로 15%인 ‘주몽’에 앞섰다.

○ 정통 사극 vs 멜로 사극

두 드라마의 연기도 대조적이다. ‘연개소문’은 선 굵은 정통사극의 연기를 강조하는 반면 ‘주몽’은 등장인물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내세운다.

‘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의 이환경 작가가 극본을 맡은 ‘연개소문’에서는 유동근 서인석 등 무게감 있는 배우를 내세워 영웅 중심의 남성상을 강조하고 있다.

유동근이 몸에 비해 훨씬 큰 창검을 휘두르며 굵직한 목소리로 천하를 호령하는 연기에서 연개소문의 남성적 카리스마가 물씬 풍긴다. “활을 쏴라”고 소리치며 군사를 지휘하는 연개소문의 여동생 연수정(황인영)도 용맹하고 당당한 여전사로 나온다. 제작진은 앞으로 고구려와 주변국인 백제, 신라, 중국 간 관계 및 정세 등 큰 흐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주몽’은 고구려 건국을 다루면서도 금와왕, 해모수, 유화부인의 삼각관계와 황후의 질투 등 멜로적 설정이 두드러진다. 앞으로도 주몽과 소서노, 부영의 삼각 관계가 내용의 한 기둥을 이룬다.

‘주몽’은 또 주인공의 영웅다움을 강조하기보다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주인공 소서노를 보필하며 지혜를 주는 미소년 지략가 사용(배수빈)이나 신비로운 힘을 지닌 무녀 여미을(진희경)도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스케일 vs 섬세함

두 사극은 초반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연개소문’은 강렬하면서도 웅장한 전쟁 장면을 내세웠다. 실제 전투 장면에 가깝도록 박진감 있게 처리했다. 잘려진 머리를 던지는 등 잔혹성 논란이 일 만한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주몽’은 섬세한 움직임이나 작은 표정의 변화 등 세밀한 묘사에 무게를 뒀다. 전쟁 장면도 스케일을 강조하기보다 전사 개개인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와이어 액션을 사용한 일부 전투 장면에서도 역동성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돋보인다. 그래서 일부 시청자는 ‘주몽’에 나오는 갑옷이나 무기 등 소품의 완성도를 구체적으로 평하기도 했다.

○ 민족적 자긍심 vs 설화와 판타지

‘연개소문’의 허웅 책임PD는 “왜곡된 고구려 역사를 돌이켜 보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것이 제작 취지”라며 “이환경 작가 특유의 굵은 스타일을 살리고 호탕한 영웅을 그리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성 사극의 느낌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몽’의 정운현 책임PD는 “설화를 토대로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점 때문에 퓨전 사극이나 여성 사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연개소문’이 아직 프롤로그 단계이기 때문에 두 드라마의 차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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