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래도 방송개혁은 뒷전인가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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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해 12월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채 직원 자녀에 대해 학자금 75%를 지원키로 하고 67억원을 편법 출연한 사실이 본보 보도(9월 3, 4일 A2면)로 알려진 뒤 KBS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KBS는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KBS 사람들이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2003년도 세출 결산심사와 국정감사가 있는데 큰일났다’라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여소야대였던 지난해 KBS가 ‘예비비를 인건비로 사용하지 말라’는 국회의 지적을 묵살했다가 문광위에서 2002년도 결산이 부결됐던 일이 재연될 것을 걱정하는 듯하더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17대 국회 들어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고 문광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KBS의 2003년도 결산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KBS의 모럴해저드가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 특히 여권이 신문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는 언론개혁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권이 방송은 제쳐 두고 위헌 및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신문법(가칭) 제정을 추진해온 명분은 “방송개혁은 별 이유가 없고 급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은 5월 감사원이 KBS 특감 결과를 통해 예산낭비 사례 등을 지적한 뒤에도 방송개혁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KBS 이사회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67억원을 편법 출연하고, 정연주 사장 등 경영진이 학자금 융자와 관련해 ‘공기업의 운영 원칙을 지키라’는 일부 이사들의 충고까지 묵살한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권이 공영방송인 KBS의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상식에 어긋나는 논리를 앞세워 방송개혁을 비켜 가려 한다면 여권이 강조하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KBS는 공(公)기업이고 신문은 사(私)기업이란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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