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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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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나쁜 경험은 없다. 자서전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노래’에서 털어놓았듯, 불우한 성장과정은 그의 연기 밑거름이었다. 알코올중독자 부모 아래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브랜도는 “내 인생 이야기는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 떠올리며 ‘그런 척’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기연습이 됐다. 엘리아 카잔의 액터즈 스튜디오에서 연기교습을 받던 시절, ‘연기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교사의 주문을 브랜도만큼 잘 소화한 사람은 없었다.
▷내면의 격렬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리얼리즘, 진정성,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메소드 연기’는 브랜도에게서 열매를 맺었다. 할리우드 연기가 브랜도 이전과 브랜도 이후로 나눠진다는 평가도 여기서 나온다. 그의 연기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인 반역과 도전 역시 삶에서 우러나왔다. 나중엔 연기에 대해서도 도발했다. “연기란 신경증적인 충동의 표현이고 연기를 그만두는 게 성숙의 사인”이라며 오로지 돈 때문에 연기했다는 고백이었다. 영화계의 우상이면서 우상 파괴자로 나선 브랜도 자체가 반역의 화신인 셈이다.
▷‘대부’를 연기한 대배우가 끝까지 꼿꼿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자식을 외롭게한 비극의 대물림, 끝없는 바람기, 말년의 시시한 출연작과 장례비를 걱정할 정도의 빈털터리 죽음을 보면 “이렇게 살았을 인생이 아니었는데…”라는 ‘워터 프런트’에서의 그의 대사가 떠오른다. 하지만 스타의 삶을 범인(凡人)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 명성 때문에 되레 불행했다는 인물이었지만 그가 있어서 팬들은 행복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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