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페이첵'…망각속 3년… 난 무슨 일을 한걸까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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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벤 애플릭)는 어느 날 알콤사로부터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는다. 모종의 임무를 완수한 뒤 프로젝트를 수행한 3년 동안의 기억을 지우는 대가로 거액의 보수(페이첵·Paycheck)를 주겠다는 것.

영화 ‘페이첵’은 기억제거 프로그램과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의 등장 등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천재공학자의 두뇌게임을 그린 액션 스릴러.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을 쓴 필립 K 딕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으로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이끌다 할리우드로 입성해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로 성공을 거둔 우위산(吳宇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기억이 제거된 것은 영화 속 제닝스만이 아니다. ‘굿 윌 헌팅’ ‘아마겟돈’ ‘진주만’ ‘도그마’ 등으로 할리우드적 전통과 감성을 충실하게 지켜온 애플릭에 대한 기억 역시 사라졌다. 그에게 이식된 것은 격렬한 총격전, 봉술, 오토바이 추격 등 우위산 스타일의 액션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비판적 코드보다 우위산 특유의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년간의 프로젝트가 끝난 뒤 제닝스는 천문학적 보수가 아니라, 신문의 퍼즐게임, 버스표, 스프레이 등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19개의 잡동사니가 담긴 봉투를 받는다. 자신이 기억도 못하는 임무 때문에 FBI와 알콤사 무장 경호원에게 쫓기는 제닝스는 애인 레이첼(우마 서먼)의 도움을 받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19개의 단서를 이용한 두뇌게임도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감을 유발하지 못한다. 기계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이 단서들도 ‘만능열쇠’처럼 너무 자주 등장해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때문이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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