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 인기…DiVX파일 재생에 게임 영화 저장

  • 입력 2003년 6월 9일 17시 21분


코멘트
전자상가를 찾은 한 게이머가 엑스박스 개조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는 개조 뒤 거의 모든 형식의 동영상과 음악을 재생하는 ‘미디어 센터’로 사용할 수 있어 영화와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나성엽기자
전자상가를 찾은 한 게이머가 엑스박스 개조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는 개조 뒤 거의 모든 형식의 동영상과 음악을 재생하는 ‘미디어 센터’로 사용할 수 있어 영화와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나성엽기자
회사원 김현영씨(33)는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DiVX 파일을 인터넷에서 구해 CD롬에 복사했다. 그날 저녁 집에 온 퇴근한 김씨는 홈시어터에 연결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게임기(콘솔) 엑스박스(Xbox)에 이 CD를 넣고 5.1채널 입체음향과 고화질TV로 영화를 감상했다. 사실상 DVD 영화와 차이가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CD에 있던 영화를 엑스박스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복사해 저장했다. 그리고 역시 HDD에 저장돼 있던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불러내 아내와 격투기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DiVX 파일 재생, 게임 영화 저장 등의 기능은 정품 엑스박스의 설명서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기능이다. 김씨는 어떻게 엑스박스로 ‘마법’을 부렸을까?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전자 상가에는 최근 엑스박스 개조 열풍이 불고 있다. 게임과 DVD CD 재생만 가능하도록 설계, 개조의 여지가 적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달리 엑스박스는 중앙처리장치(CPU) HDD 메모리 등 탈착 가능한 주요 부품이 PC와 유사하다. 엑스박스는 인텔 펜티엄3 733MHz CPU와 64MB 메모리, 4배속 DVD롬 드라이브와 엔비디아 MCP-X 사운드카드, 100Mbps급의 이더넷포트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 값은 27만원대. 전자상가에서 이 정도 사양으로 PC를 조립하려면 50만원 정도는 줘야 하지만, MS는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 이하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CPU 메모리 등 각종 부품을 끼워 놓는 기판. PC용(왼쪽)과 엑스박스용(가운데)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다. PS2용 기판은 전혀 다른 종류처럼 보인다. 나성엽기자

가장 인기 있는 개조는 ‘모듈 칩’ 장착. ‘모드 칩’으로 흔히 부르는 이 칩을 장착하면 DVD가 자동으로 코드프리된다. 한국지역에서만 재생할 수 있는 코드 ‘3’의 DVD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판매하는 DVD도 볼 수 있다. 아마존(www.amazon.com) 등에서 편집되지 않은 외국판 DVD를 구해 감상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모드 칩은 이처럼 재생의 제한을 없애주기 때문에 이 칩을 단 엑스박스는 DVD뿐 아니라, DiVX 등 다른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나 MP3 등 모든 오디오 파일을 재생한다. 슈퍼패미콤 등 구형 게임기용 게임도 가져다 쓸 수 있다.

정품 엑스박스에는 8GB 용량의 HDD가 끼워져 나온다. 별도의 메모리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 데이터 등을 담아놓기 위한 저장장치이지만, 이를 개조해 아예 게임이나 영화를 저장하는 게이머가 늘고 있다.

전자상가 등지에는 모드 칩을 끼우면서 HDD도 80∼120GB짜리로 바꾸는 수요가 많다. 모드 칩은 복사 방지 기능도 없애주기 때문에 게임이나 영화를 HDD에 복사해 놓고 사용할 수 있다. 80GB면 게임 40∼50개, 영화 100여 편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 모드 칩과 HDD를 장착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만∼3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박스는 이 밖에 CPU와 메모리 등도 업그레이드한 뒤 HDD에 리눅스와 같은 운영체제(OS)를 설치, 키보드를 연결하면 PC나 서버로도 쓸 수 있다.

테크노마트 인아웃게임의 윤봉기 실장은 “엑스박스는 설계 자체가 PC보다 안정적으로 잘돼 있고 방열(放熱) 기능 또한 우수해 며칠씩 전원을 켜 놔도 다운이 되지 않아 개조를 원하는 마니아들이 군침을 흘릴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MS측은 “게임기를 개조해 영화 파일 등을 백업용으로 복사 저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불법”이라며 “이런 경우에 대비해 법무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조한 엑스박스는 보증수리를 받을 수 없으며, 모드 칩을 장착하면 올해 시작 예정인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라이브’가 작동하지 않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