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 '아하! 그렇군요']류승완 신작 타이틀 바뀐 까닭

  • 입력 2003년 4월 3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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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제목은 당초 ‘마루치 아라치’로 결정됐으나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어 ‘아라한 장풍 대작전’으로 바뀌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977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제목은 당초 ‘마루치 아라치’로 결정됐으나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어 ‘아라한 장풍 대작전’으로 바뀌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TV보다 라디오가 더 친숙했던 1970년대 초반. MBC 라디오의 어린이 드라마 ‘마루치 아라치’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77년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88년에는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30대 중반 넘은 이들에게는 ‘달려라 마루치∼, 날아라 아라치∼’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아직도 귓가에 어릴만큼 친숙한 캐릭터다. 악의 화신인 ‘파란 해골 13호’에 맞서 싸우는 태권동자 마루치와 아루치는 태권도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4월말 크랭크인하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원래 제목을 ‘마루치 아라치’로 지었었다. 평범한 순경 상환(류승범)이 도인들을 만나 무술의 달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내용은 실제 ‘마루치 아라치’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단지 도인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과 ‘마루치 아라치’가 주는 경쾌한 어감(語感)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했다.

그러나 ‘마루치 아라치’는 70년대 당시 MBC 라디오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모씨(여)가 상표등록을 해놓은 상태. 류 감독은 ‘마라치 아라치’ ‘마루치 아루치’ ‘마라치 아루치’ 등 여러 변종을 만들어봤으나 김씨는 이마저도 모두 등록을 해놨다.

영화제작사 ‘좋은 영화’는 김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제목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씨는 ‘마루치 아라치’로 캐릭터 사업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준비중이라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이런 고민 끝에 나온 타이틀. 아직 가제이지만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라한’은 부처를 일컫는 말로 불제자들이 도달하는 최고의 경지를 뜻한다.

제작진은 이 영화가 불교와 무관하나 ‘아라한’이 ‘아라치’와 어감이 비슷하며 주인공이 무림 최고의 고수에 오른다는 설정 때문에 불교 용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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