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헤어조그 감독, 촬영 거부하는 주인공에 총 겨눠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26분


‘아귀레, 신의 분노’를 연출한 독일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은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로 불린다.

1962년 독일에서는 젊은 감독 26인이 모여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는 선언과 함께 새로운 독일 영화(뉴 저먼 시네마)의 시대를 열 것을 다짐했다. 당시 독일 영화계는 경제적 어려움과 미국 문화의 침투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었다. 헤어조그, 폴커 슐렌도르프, 알렌산더 클루게,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중심 인물이었다. 이들은 미국 문화의 침투에 따른 독일인의 정체성 문제와 중산층의 허위 의식, 성적·정치적 억압을 주된 주제로 다뤘다.

특히 헤어조그는 역사와 신화를 중심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뤘으며 ‘아귀레…’는 그의 대표작이다. 헤어조그와 주연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사이에는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아마존 현지 촬영이 강행군으로 진행되자 당시 47세의 킨스키는 “애송이 감독 말은 더 이상 안 듣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당시 31세인 헤어조그는 “영화를 안 찍으면 죽여버린다”며 킨스키 머리에 총을 겨눴다는 것.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아귀레…’를 시작으로 ‘노스페라투-밤의 유령’ ‘보이첵’ 등 5편을 함께 찍으면서 영화 작업의 진정한 동반자가 됐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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