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방송 (下)]선진국 방송위 독립성-전문성 확보

  • 입력 2002년 1월 22일 18시 38분


방송의 정치 문화적 영향력과 경제적 중요성이 커질수록 반독점 공정경쟁과 방송산업의 재정균형 등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이를 규제 조정해야 할 방송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다.

구미 각국의 선진 방송위원회는 방송매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상파 방송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거나 방송사업자간의 잦은 분쟁에 대해 ‘힘의 논리’보다 법적 합리적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미 방송위원회들은 우선 독립성과 전문성을 원칙으로 운영되며 공익(Public Interest)의 실현에 최우선의 가치를 둔다. 위원구성도 정당간 나눠먹기식이 아니라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글 싣는 순서▼

- <上>'방송 모르는 방송위' 정권 눈치만…
- <中>TV 3社에 정권 영향력 선거때마다 불공정시비
- <下>선진국 방송위 독립성-전문성 확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5명의 위원 중 같은 정당 출신은 3명 이하로 제한된다. 또 프로그램과 편성, 공정 경쟁, 기술, 재정부문의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는 데다 조사와 연구 기능도 탁월한 수준이어서 대부분 공개되는 시장조사 및 정책자료는 정확하고 공정하다.

구미 선진 방송위원회는 정책결정 과정이나 사무국 운영 정보도 거의 공개하는데 이렇게 하면 위원들의 역할이 상세하게 알려져 정책결정의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다.

구미 방송위원회의 권한은 지상파 방송의 여론과 대중문화 시장 지배력을 규제할 수 있을 만큼 실질적이다. 영국의 상업방송위원회(ITC)는 방송내용의 정정을 비롯해 면허기간 단축이나 면허취소 등의 권한을 가진다.

한국 방송위원회도 사업 재허가 심사 등 지상파 방송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나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좋은 정책을 수립해도 지상파들이 반발하면 집행할 뒷심이 없다.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제 역할을 한다 해도 정책에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난다.

미국에서는 방송산업의 분쟁은 대부분 법원에서 해결한다. 요즘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여부를 두고 사업자간 다툼이 극심했으나 연방고등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됐다.

독일에서는 조사위원회로 분쟁을 사전에 조율한다. 독일에는 매체관리청, 공영방송인 ARD의 방송평의회, ZDF의 텔레비전평의회가 있으나 매체독점 조사위원회(KEK), 공영방송 재정조사위원회(KEF) 등 보다 전문적 규제를 위한 별도의 독립기구가 있다. 이들은 시장독점과 재정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방향을 제시해 분쟁을 미리 억제한다.

프랑스 방송위원회(CSA)는 독립된 행정기구다. CSA 정책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 절차에 따라 참사원(행정소원 기구)에 행정소원을 내고 참사원은 CSA의 결정을 뒤집기도 한다.

현재 정체성의 위기에 처한 한국 방송위원회는 이 같은 외국 사례를 참고해 정치와 지상파 방송의 입김을 막고 방송 공익의 수호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방송위는 지상파 방송의 과다한 여론과 대중문화 지배력을 제한, 다양한 정보와 대중문화가 유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독일처럼 방송시장의 공정경쟁과 매체산업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별도 기구나 매체산업의 분쟁을 다루는 전문 법원의 설치도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염두에 둘 점은 선진 각국의 방송위원회 역사는 70년이 넘는 데 비해 한국 방송위는 모습을 제대로 갖춘 지 2년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방송위를 조급히 몰아붙이기보다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우선되어야 한다.

김승수<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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