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이것이 법이다' 구색은 갖췄는데, 글쎄…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5시 54분


영화 '이것이 법이다' 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애환을 그린 미스터리 액션. 하드 고어(Hard Gore·진한 핏덩어리) 스릴러를 표방한 1999년 텔미 썸딩 이후 오랜만에 등장하는 정통 형사물이다.

영화는 미스터리에 우정과 멜로를 가미했다.

그러나 구색은 갖췄으나 관객을 확 잡아당길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게 흠이다. 바꿔 말해 '이것이 법이다'의 딜레마는 '이것이 내 영화' 라고 주장할만한 상품을 쉽게 찾기 어렵다.

혹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리 로' 인기를 끈 임원희를 다시 보고 싶다면? '조폭마누라'의 신은경과 노래 연기 사생활로 지난해 내내 화제를 모은 김민종을 만나고 싶다면? 이런 요소들이 '이것이 법이다' 가 관객들에게 내놓는 장점이다.

영화는 가슴에 타로 카드(Tarot·점을 치는 서양 카드)가 놓여진 채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는데서 시작한다. 피해자는 강간 살해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법정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재력가의 아들. '미스터 Q' 로 불리는 범인은 인터넷을 통해 살해 장면을 공개하는 한편 마땅히 죽을 인간이 죽었다며 살인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인 다혈질 봉형사(임원희)와 냉철한 엘리트 표형사(김민종)는 서로 앙숙이나 사건을 함께 맡는다.

영화는 추리물로 '신분'을 밝힌 뒤 곧 '삼천포' 로 빠지곤 하는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추리물의 지적 품위를 지키는 한편 투캅스 시리즈의 두 형사가 연상될 정도로 형사들의 캐릭터를 세세하게 구축하고 있다.

젊은 두 형사와 함께 인간미가 넘치는 노련한 장형사(장항선), 아랫사람을 잘 다독거리는 보스형의 김반장(주현) 등이 함께 영화를 이끌어간다. 여기에 봉형사와 강형사(신은경)의 로맨스, 얼굴만 봐도 웃기는 봉형사의 엉뚱한 코미디가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로 나온다.

여기까지다. 영화는 막판 설득력없는 반전(反轉)으로 결정적인 허점을 드러낸다. 주현 장항선의 안정감있는 연기와 여전히 웃음 연기에 관한 한 재능을 발휘하는 임원희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21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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