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애니멀 맨' 동물처럼 먹고 짐승처럼 사랑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영화 ‘애니멀’은 원숭이 말 고양이 등 동물의 신체 일부를 이식받은 사람의 사랑과 활약상을 그린 코미디.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웃자고 만든 영화다. 드라마의 짜임새를 따지거나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꼭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지한’ 팬들은 이 작품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경찰서의 증거물 보관소에 근무하는 마빈(롭 슈나이더)은 매번 실기 테스트에서 떨어져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되지 못한다.

경찰들의 체육대회 참가로 상황실을 지키게 된 그는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하다 언덕에서 추락한다. 와일더 박사(마이클 캐턴)는 사경에 빠진 마빈을 발견한 뒤 누더기가 된 그의 몸에 동물의 신체를 이식한다. 뭘 어떻게 이식했는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논리적인 설명이 없으니까.

어쨌든 뛰어난 후각과 수영 솜씨 등 동물의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된 그는 사람의 궁둥이 깊숙한 곳에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는가 하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영웅이 된다.

여기서부터 미국판 ‘엽기남’의 웃음 짜내기가 이어진다. 이식된 동물 신체의 본성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식욕과 성욕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 보이는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길에서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나면 우체통을 쿵쿵 찧으며 괴롭힌다.

좀 민망했을까. 이 작품은 원초적인 장면에 마빈과 동물애호가인 리안나(콜린 하스켈)의 러브 스토리, ‘짐승(Beast)’이 되지 않으려는 마빈의 노력을 섞어놓았다.

‘워터 보이’ ‘빅 대디’의 조역이었던 슈나이더가 시나리오와 주연의 1인2역을 맡았다. 하스켈은 지난해 화제를 모은 미국 CBS TV의 리얼리티 프로 ‘생존자(Survivor)’의 출연자로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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