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편시즌은 스타들 스토브리그?…몸값 올리기 대목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26분


‘방송사 개편 시즌은 스타 몸값을 올리는 대목.’

방송사 개편 때면 스타들의 몸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인기 스타들의 매니저들이 개편 프로그램 여기 저기에 출연 의사와 출연료를 타진하면서 몸값 올리기를 시도하기 때문.

이번 개편에서 KBS 2 ‘파워쇼! 한중일 삼국지’의 MC로 선택된 박수홍은 줄다리기 끝에 특A급 대우를 받았다. 박수홍은 SBS ‘좋은 친구들’에서 진행 실력을 인정받아 출연료가 거의 두배가 뛰는 등 파격적인 액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특A급은 회당 300∼500만원 수준. 박수홍외에 신동엽 서세원 남희석 이휘재 등이 그 ‘귀하신 몸’이다. 이들 특A급은 개편때 몸값 올리기 시도를 하지만 방송사도 무작정 올려줄 수 없어 이들과 이면 계약을 맺거나 소속사 연예인 출연 등 반대 급부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 PD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정말 짜증납니다. 회당 200(만원)받던 B가 500을 달라고 합니다. 다른 방송사가 450을 주기로 했다며 아니면 말라고 배짱을 부려요. 경쟁을 부추겨 한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것이죠.”

요즘은 신인급 연예인도 조금 ‘떴다’ 싶으면 고액의 출연료를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자 연예인 C씨. 그는 6개월전 만해도 프로그램 한 회당 150만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개편 때 신설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자 300만원의 출연료를 요구했다. C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 기획안을 마련했던 PD는 결국 그를 포기했다. C는 경쟁사 프로그램으로 옮겼다.

이같은 양상은 물론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들의 ‘스타 모시기’ 경쟁이 자초한 것이지만 ‘잘 나갈 때 한몫봐야 한다’는 스타들의 속셈이 맞물린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방송사 PD들은 신선한 아이디어 등 프로그램의 완성도보다 스타를 잘 모셔오는 게 더 능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한 PD는 “요즘은 이면 계약을 통해 제작비의 2분의 1이 출연료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제 몸값을 받으려는 시도야 정당하지만 과열되다 보니 방송이 스타를 위한 것인지 시청자를 위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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