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위 징계 솜방망이? 경고 무시하는 '일밤'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7시 17분


방송위원회의 TV 프로그램 심의가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 특정상품 간접광고 등을 `추방'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될까.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방송위원회의 프로그램 심의의결 현황을 보면 일단 고개를 젖게 만든다. 특정 프로그램이 같은 사유로 여러번 지적받은 사례가 적지 않기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MBC TV의「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월15일 방영분에서 2인1조로 탑승한 연예인을 태운 자동차를 수영장에 빠뜨린 뒤 탈출 성공여부를 보여주는 실험장면을 내보내 방송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과 불안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요일...」은 이런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주에 무대를 한강으로 옮겨 동일한 실험을 강행, 겁에 질린 연예인들의 표정을 집중 방송했다.

또 일주일 뒤에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술을 마신 연예인들이 주차, 급제동하는 실험장면을 내보내 `경고'보다 수위가 높은 `경고 및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경고'조치를 받았다. 방송위의 징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월 방송됐던 KBS 2TV 월화 드라마「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역시 `주의' 1회, `경고' 3회 등 모두 4차례 징계를 받은 `전과'가 있다. 집단으로 싸우거나 차앞 유리창을 깨는 등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SBS「출발! 모닝와이드」도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다. 리포터가 입고 나온 옷에 부착된 특정 상표를 그대로 내보내 해당업체에 광고 효과를 주는 `간접광고'를 했다며 무려 6차례의 `주의' 또는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주의' `경고' 등의 징계가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방송위원회의 제재 수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강경론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위가 지난 7월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여자 탤런트의 젖가슴 노출장면을 그대로 방영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선정-폭력 방송프로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골자로 한 대책안을 마련한데 이어 수차례 `경고'를 받은 iTV의「김형곤쇼」에 대해 처음으로 `방송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런 여론을 어느 정도 의식한 조치로 짐작된다.

방송위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내년부터 `건강한 방송'을 만드는데 더욱 주력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김국후 방송위 대변인은 "최근들어 방송위원회의 심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이런 분위기를 살려 심의 강도를 한층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무조건 심의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며 "방송위의 징계를 이행하지 않는 방송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조재영 기자]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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