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 서태지 방송출연 '조건부 허가'

  • 입력 2000년 10월 6일 12시 03분


"외부행사는 OK. 스튜디오 출연은 NO."

서태지의 방송출연을 놓고 KBS가 고민에 빠졌다. 올 가을 가요계 최대의 '뉴스메이커'인 서태지의 방송출연을 놓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의연한 입장을 취해왔던 KBS는 최근 그의 방송출연에 대해 예능, 오락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TV 2국에서 간부급 PD 회의까지 하는 등 '장고'에 들어갔다.

빨간 레게퍼머 머리의 서태지는 KBS가 내부적으로 정한 '연예인복장규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상황. 그동안 KBS는 이 규정을 들어 "머리색을 바꾸지 않으면 출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오는 19일 '아셈(ASEM)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세계평화음악제'에 서태지가 출연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뀐 것.

국가적인 큰 행사를 중계하는 KBS가 서태지의 머리색을 문제로 방송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예가 중계>에서 했던 것처럼 그가 나오는 장면만 흑백화면으로 처리할 수도 없는 일이다.

KBS TV2국의 경명철 국장은 "우리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 외부 행사를 중계하는 경우는 복장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평화음악제'의 경우는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서태지의 복장이나 머리색을 문제삼아 방송을 안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라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그의 방송 출연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뮤직뱅크>와 같은 정규 프로그램 출연의 경우는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다. 그가 스튜디오에 나오려면 복장규정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KBS의 입장.

그러나 제작국 일부에서는 요즘 학교의 두발 길이나 염색에 대한 규정도 학생과 학부모, 교사 합의 아래 개정하는 추세에 KBS도 복장규정을 시대적인 흐름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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