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동성애자 발언한 탤런트 홍석천

  • 입력 2000년 9월 27일 14시 44분


동성애자 발언 파문에 휩싸인 홍석천
동성애자 발언 파문에 휩싸인 홍석천
<<탤런트 홍석천이 동성애자라는 파문에 휩싸였다. 얼마 전 한 스포츠 신문을 통해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여성미를 풍기는 디자이너 쁘와송 역을 맡아 조목을 받았던 그가 실제로도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난 9월 21일 귀국한 그를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독특한 헤어스타일, 여성스러운 말투가 인상적인 탤런트 홍석천(29)은 정말 동성애자라는 고백을 한 것인가. 지난 9월 17일 한 스포츠신문은 '홍석천 충격고백, 난 호모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홍석천이 한 월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몰고온 파장은 대단했다. 외국에서는 엘튼 존이나 조지 마이클처럼 유명 연예인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커밍아웃(comming out, '고백하다'라는 뜻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한 사례가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홍석천이 최초였던 것. 이 기사도 '국내 연예인이 스스로 동성애적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주변에서는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석천은 그동안 여성적인 몸짓과 말투로 의혹의 눈길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홍석천이 그 보도가 있기 하루 전날인 9월 16일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머물고 있던 그는 SBS <한밤의 TV연예>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선언을 한 적이 없으며 귀국하면 정확한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서울 김포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9월 21일 오후 7시경. 당초 오후 5시 30분 도착예정이던 비행기가 연착을 하는 바람에 1시간 30분 늦게 모습을 나타냈다. 호주에서 구입했다는 베이지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는 의외로 담담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공항까지 찾아온 취재진에게도 그는 미소를 띄는 여유를 보였으며 "한국에서의 상황은 매니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간 그와 다시 전화 연락이 된 것은 밤 9시경. 그난 당초 그날밤 매니저 등과 상의를 끝낸 뒤 다시 자리를 마련, 자신의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약속했었으나 "변호사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 며칠 뒤에 솔직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번복했다.

대신 그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몇가지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신문에 보도되었던 것처럼 지난 9월초 모 월간지와 어린이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출연과 관련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그 인터뷰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은 부정했다.

그렇다면 그는 그런 이야기 자체를 꺼낸 적이 없다는 것인가. 그런데 이상했다. 그가 호주에 가 있는 동안 취재과정에서 제법 확실한 소식통을 통해 "그가 동성애자에 관한 질문을 받고 너무나 솔직하게 답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자 홍석천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화되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보도 당일인 9월 17일. 그래서 내심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마음 고생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연락을 받고 놀라기는 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 푹 쉬고 왔어요. 매니저나 가족들이 거기까지 갔는데 여기 일은 신경쓰지 말고 쉬라고 했거든요.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응원도 열심히 하고 쇼핑도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어요. 어제 저녁에 매니저로부터 혹시 오늘 공항에 취재진이 올지도 모른다는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제가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살인을 한 것도 아닌데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당당하게 나왔습니다."

그는 "솔직히 나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월간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실이 어떻게 스포츠신문에 알려져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 그는 그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 상황을 알아본 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지금은 그냥 보시고 느낀 대로만 써주세요. 어떤 속단도 내리지 마시고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만요. 듣기로는 매니저가 처음 기사를 보도한 신문사를 고소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고소할 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어쨌든 지금은 더 이상 말씀 드릴 수 없으니까 이해해주세요. 조만간 제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동성애자 파문으로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은 그는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충남 청양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탤런트, 영화배우, 뮤지컬 배우, 가수, 개그맨, 리포터, 재즈댄서 등으로 활약해 왔다. <남자셋 여자셋>에서는 여성적인 연기로 인기를 모았지만 알고 보면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 대학 시절 탤런트 시험에 11번이나 떨어졌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95년 KBS 대학개그제 동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 입문했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가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94년. 뮤지컬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에 선배 탤런트 이정섭과 함께 여성성이 강한 게이 역에 더블 케스팅되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것이다. 그는 올해 들어서도 <우주전사 손오공><아가씨와 건달들><오즈의 마법사> 등 여러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또한 지난 겨울에는 캐럴 음반을 발표, 인기를 모으기도 했고 수영, 테니스, 농구, 탁구, 스노보드 등 못하는 운동도 없다.

뜻밖에도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그동안 그렇게 주목을 받고 싶어할 때는 관심도 없었으면서 이번에는 왜 이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아직 그가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성급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나 그의 솔직한 성격으로 미뤄 보건대 그가 일상적인 항변 대신 의외의 발언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이한경<여성동아 기자>

사진 : 최문갑<여성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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