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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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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그콘서트가 낳은 최대스타 심현섭이 빠져나가면서 기존 출연진을 대폭 물갈이한데 이어 이 프로그램의 산파나 다름없던 김미화(37)마저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도중하차 의사를 밝혔다.
김미화는 “과로가 누적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망가진데다 연습도중에도 뒷머리가 뻣뻣해져 이러다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까지 생길 정도”라고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20일 ‘개그콘서트’ 아이디어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개그콘서트’는 신인 개그맨들 중심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강도 높은 아이디어 회의와 혹독한 리허설로 악명이 높다.
김미화는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기성스타로 사실상 ‘개그콘서트’ 팀의 대모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의 이탈이 가져다주는 충격은 상당한 것. 이 때문에 박중민PD등 제작진은 21일 김미화가 출연한 ‘체험 삶의 현장’녹화현장 앞에 진을 치고 그를 기다린데 이어 김영선 CP와 경명철 예능국장, 이석우 제작본부장까지 총출동해 그의 이탈을 만류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인사에서 예능국장으로 승진한 경명철 국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인간적 호소로 김미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백재현과 김영철 등 ‘개그콘서트’ 1기 멤버들은 내심 김미화의 잔류를 바라면도 선배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눈치만 보고있는 상태. 그를 대신할 간판스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김미화는 22일 “체력적 한계 때문에 한 두달만 쉬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만 내가 억지로 우겨가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다 힘든 시기에 빠져나오는 것은 제작진이나 후배들에 대한 배신같아 다음 개편 때까지만 버텨봐야하지 않겠냐”라며 이탈과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당초 30대층을 목표로 토요일 9시였던 방영시간대가 7시 황금시간대로 옮기면서 시청율에 집착, 10대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엄청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해 출범 1년을 맞은 ‘개그콘서트’의 정체성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