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타들 "충무로가 좋다"…한석규등 스크린 전념

  • 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돌아오라 TV로’.

인기연기자들이 TV를 외면하고 있다.

방송가 PD들은 좀 ‘떴다’싶은 탤런트들이 충무로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개편 때마다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석규 최민식 정우성 심은하 이성재 등은 TV에서 컸지만 충무로에 꽁꽁 숨어버린 대표적 연기자로 꼽힌다.

이들은 ‘인기지수’에 큰 변화가 없는 한 TV에 돌아올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초 SBS ‘청춘의 덫’으로 큰 ‘덕’을 봤던 심은하조차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영화에 전념하겠다”며 떠났다.

전도연 최민수 이정재는 ‘조건부 복귀파’. 이들은 영화를 주요 활동무대로 여기지만 드라마에 가끔 ‘외출’하고 있다.

‘접속’ 등으로 정상급 여배우로 떠오른 전도연은 작가 송지나가 집필하는 SBS 16부작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연말연시 방영예정)에서 2회분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최민수 이정재도 지난해 SBS ‘백야 3.98’에 출연한 것처럼 작가나 PD와 인연이 있는 경우 가끔 TV에 나온다. 최진실 김희선 김혜수 등은 TV와 영화를 왕래하는 ‘오락가락형’.

KBS 최상식드라마국장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인기 남성 연기자를 캐스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도대체 충무로에 무엇이 있길래?

95년 SBS ‘아스팔트 사나이’로 스타 대열에 합류한 정우성은 “드라마 한 편을 만들려면 5, 6개월 밤샘하면서 촬영하는 ‘공장식’ 작업에 시달리지만 정말 ‘작품’은 남지 않는다”면서 “팬들은 나를 ‘비트’와 ‘유령’의 정우성으로 기억하지 드라마의 누구로 기억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이들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면 이유는 좀 더 명확해진다. 한석규는 ‘쉬리’ 한 편으로 개런티 2억5000만원에 흥행성적과 출연료를 연결하는 ‘러닝 개런티’로 12억여원을 벌었다. 여기에 ‘텔 미 썸딩’(2억8000만원+α)를 보태면 올해 출연료 수입만 최소 14억8000만원.

꼭 한석규가 아니더라도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심은하 등 톱스타들은 5, 6개월에 영화 한 편을 찍으면 1억5000∼2억원의 개런티를 어렵지 않게 보장받는다.

이에 비해 TV는 연기자의 최고 개런티를 방송 3사의 합의에 따라 회당 200만원으로 묶고 있다. 한 주 2회씩 1년간 꼬박 드라마에 등장해야 영화 개런티와 비슷한 몫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BS의 경우 3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채시라가 3억6000만원으로 출연료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의 촬영 횟수가 60, 70회인 반면 6개월간 방영되는 드라마는 최소 180회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강도의 차이는 엄청나다.

채시라 김희선 등 그래도 몇몇 여성스타들이 TV를 고수하거나 병행하는 것은 드라마 출연이 시청자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 CF 계약에 유리하고 영화흥행이 남성 스타 위주로 좌우되는 사정 때문이다.

이같은 여의도와 충무로의 ‘스타 대접’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PD들의 스타에 대한 ‘구애’는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인기가 떨어져 스타들이 드라마로 ‘U턴’하기 전에는.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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