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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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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로서 박완규의 매력은 굵고 끈적이는 허스키 목소리. 마치 텁텁한 막걸리가 사발의 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의 목소리는 80년대 한국 록보컬계의 패자(覇者)로 군림했던 임재범과 흡사하다. (실제로 박완규는 임재범의 모창에 능하다).
그의 목소리 덕분에 ‘지금은 헤어지지만 맘 속에 천년 이상 묻어두겠다’는, 그리 특이할 것 없는 내용의 노래 ‘천년의 사랑’은 애잔함을 넘어 비장미까지 뚝뚝 묻어난다. 특히 ‘나를 위해서 눈물도 참아야 했던…’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의 허스키하면서도 찢어지는 듯한 창법은 가늘게 빨랫줄처럼 뻗어가는 김경호 류의 샤우팅 창법과 구별되는 또다른 매력.
박완규는 중견 록그룹 ‘부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로커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부활’의 97년 히트곡 ‘론리 나이트’(Lonely Night)는 바로 박완규의 목소리. 당시 그는 지금보다 경쾌한 창법을 구사했다.이 음색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박완규의 지금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그는 “당시는 그룹 멤버로서 ‘조직’의 색깔에 맞췄을 뿐”이라며 ‘천년의 사랑’류가 본색이라고 강조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