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정수복의 세상읽기」 퇴출 위기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KBS가 공영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대표적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2TV ‘정수복의 세상읽기’(일 밤11·15)가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려 KBS의 공영성을 무색케 하고 있다.

KBS가 30일부터 단행하는 프로그램 부분개편에 따라 이 프로가 9월5일부터 ‘시청률 사각지대’인 일요일 오전7시15분으로 옮겨지게 된 것. ‘정수복…’의 시간대에는 대신 ‘파워인터뷰’가 배치된다. 일선PD들은 “사회적 핫이슈를 다루는 이 프로 앞뒤로 자연다큐와 어린이 만화로 ‘샌드위치’시킨 것은 시청률을 0%수준으로 낮춰 결국 제작을 포기하려는 의도”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사실 전신인 ‘정범구의 세상읽기’(지난해 4월 첫방송)부터 사측은 ‘정수복…’을 ‘없애야할 프로그램 0순위’로 꼽아왔다.

그 이유는 우선 장사가 안된다는 점. 그동안 SA시간대(광고료가 가장 비싼 시간대)에 배치됐음에도 저조한 시청률(5%미만)과 0%에 가까운 광고판매율을 기록, 지난해 가을개편 때부터 광고판매의 부담이 없는 1TV로의 이동시키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돼왔다.

지난해 언론노동조합연맹의 민주언론상을 수상해 KBS 경영진을 곤혹스럽게 한 점도 한 가지 이유.

지난달 방송노조 파업기간에는 건국대 김학천교수(언론학)를 초청해 방송독립의 당위성을 주장, 박권상사장이 “제 정신이냐”며 담당 국장과 제작본부장을 혼쭐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자체로서 ‘정수복…’의 경쟁력 없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KBS의 한 교양PD는 “고정되다시피 한 단선적인 카메라워크는 메시지 전달에는 효과적이지만 시청자가 1시간 동안 프로그램에 집중하기에 너무 피곤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선PD들이 ‘정수복…’의 퇴출 위기에 씁쓸해하는 것은 KBS가 이 프로를 내세워 “이래도 2TV가 상업방송이냐”고 주장해왔던 점. 박사장도 지난해부터 KBS의 대표적 공영프로라고 자랑해왔다.

KBS의 한 오락PD는 “공영성을 주장하면서도 광고를 유치해야 하는 2TV의 애매한 정체성이 빚은 결과”라며 “사측이 하루빨리 2TV의 ‘색깔’을 잡아 줘야 일선PD들도 마음놓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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