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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12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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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막만한 얼굴이 대부분인 연예계에서 ‘얼큰이(얼굴이 큰 이)’를 자처하며 입담을 과시하지만 그는 그룹 ‘터보’의 ‘트위스트 킹’, 성진우의 ‘포기하지마’ 등 숱한 히트곡을 만들어낸 스타 작곡가다.
2년전 MBC 연예정보프로인 ‘특종연예시티’의 가요소개코너로 시작, 지금은 SBS ‘한밤의 TV연예’‘좋은 친구들’에서 고정 코너를 맡고 있다.
말하자면 요즘 오락프로그램 진행자 ‘아웃소싱’ 추세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아직도 얼떨떨해요. 그저 경력 쌓기로 출발했는데 이렇게 풀릴 줄 몰랐죠.”
방송가에서 말하는 주영훈의 ‘득세’이유는 수다스러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정확한 발성, 진지한 듯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유머감각(SBS ‘좋은 친구들’의 한경진PD) 등.
상당수의 출연진을 가수로 충당하는 오락프로의 덕도 보았다. 영화 ‘연풍연가’의 배경음악과 김현정의 최신곡 ‘실루엣’ 등 히트곡을 써오면서 가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온 점이 제작진에 어필한 것.
하지만 주영훈은 가끔 방송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공포 체험’ 등 일부 코너는 출연자와의 합의 하에 부분연출도 하죠. 내가 이런 목적에 필요한 존재인지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그는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을 놓고 가끔 고민에 빠진다고 털어놓았다.
얼마전 한 케이블TV의 프로그램에서 ‘곡값’(작곡료)이 떨어지는 현상을 놓고 농담을 했다가 동료 작곡가들로부터 “TV 출연하더니 이상해졌다”는 면박을 받았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작곡가로서 정규트레이닝코스를 거치지 않고 독학으로 작곡을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방송과 작곡의 공통점은 ‘열린 감성에서 나오는 애드리브(즉흥성)’.
“나의 최종 목표는 음악프로듀서입니다. 방송활동은 이를 위해 자양분을 빨아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주영훈은 “올 가을부터는 방송활동을 줄이고 작곡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