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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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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디오 대여점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포르노 애니메이션 ‘누들누드’. 소문만 듣고 제목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줄줄이 와서 이렇게 묻는다. 평일에도 빌려보려면 예약을 해야한다.
‘누들누드’는 극장을 거치지 않고 비디오 대여점으로 직행했는데도 출시 1주일만에 인기비디오 대여순위 7위(영화마을 집계)에 올라 ‘만화영화는 애들 것’이라는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성(性)과 만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잠재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 대여점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수량인 15장을 들여놓고는 너무 많이 샀다고 후회했는데, 지금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20, 30대 남자들이 최대 고객”이라고 말한다.
‘누들누드’는 95년 성인용 만화잡지 ‘미스터 블루’에 연재됐던 만화가 양영순(27)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것. 11개의 에피소드를 7명의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식 영화다.
음침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에로영화와 달리 낯설지 않은 음담패설과 엉큼한 성적 공상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것이 ‘누들누드’의 강점.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을 정도로 성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이 번뜩이는 ‘명랑 포르노’다. 비디오의 성공에 힘입어 조만간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제작할 예정.
다음달 14일 코아아트홀을 비롯, 서울시내 3개 극장에서 개봉할 미국의 성인 애니메이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도 ‘누들누드’못지 않은 ‘강적’이다.
올해 프랑스에서 열린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고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다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대중매체들이 확대 재생산해내는 허위의 욕망을 다룬 기발한 블랙 코미디. 변태적일 정도로 기괴한 성과 폭력에 대한 상상을 담아내 관객을 향해 “너도 이런걸 해보고 싶었지?”하고 킬킬 웃는 듯하다.
‘누들누드’와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수요는 방대하지만 공급은 전무했던 성인용 애니메이션 시장의 문을 여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문화비평가 홍성태씨(33·‘문화과학’편집위원)는 “성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은 제한이 없다시피한 만화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성적 환상을 만족시켜주는 포르노의 특성이 결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