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긴축」 꼴불견…쇼프로 여전, 교양프로만 칼질

  • 입력 1997년 12월 28일 19시 58분


SBS「추적과 사람들」
SBS「추적과 사람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도 시청률 지상주의는 쓰러뜨리지 못했다.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평일 2시간씩 방송시간을 줄이고 드라마와 대형 쇼프로를 1편씩 폐지한다던 방송협회의 합의. 그러나 이를 구체화한 TV 3사의 「방송 감량안」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방송 3사의 「살생부」 작성 기준은 첫째가 시청률이다. 이때문에 그동안 고비용구조의 「주범」으로 지적돼왔으며 「방송 과소비」 소리를 들을 만큼 숫자가 넘쳐났던 드라마는 그 시청률에 따라 생사가 정해졌다. 폐지되는 드라마는 KBS2 「아씨」 「세여자」, SBS 「천일야화」, MBC 「레디고」 정도. 이들 드라마는 대부분 10%대의 낮은 시청률로 방송사내에서조차 골칫거리였다. 드라마는 교양 프로와 비교할 때 2,3배에 가까운 편당 3천만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지만 대부분 「안전지대」에 들었다. 주당 채널별로 10편 안팎의 드라마를 방영중인 TV 3사는 「재활용」을 명분으로 재방송을 늘릴 예정이어서 「드라마 공해」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단축되는 시간대 역시 평소 시청률이 떨어지는 오전 11∼12시와 오후 4∼5시로 결정됐다. 반면 어린이와 시사 등 교양성 프로들은 집중적으로 칼질당했다. 방송시간 단축 때문에 「편지쇼 살맛나는 세상」 「추적 사건과 사람들」(SBS), 「생방송 아침이 좋다」 「지구촌사람들」 「자연은 살아있다」 「달려라 또래친구」(MBC) 등이 폐지됐다. SBS 편성국 윤영묵부장은 『드라마 한편의 제작비로 2,3편의 교양 프로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방송사 고비용의 핵심은 드라마이지만 시청률 때문에 폐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형쇼에서는 SBS 「천만원 게임」과 MBC 「한마음 음악회」의 도중하차가 결정됐고 KBS는 「빅쇼」를 문닫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 감량안」의 또다른 기준은 「밖으로 새는 돈 줄이기」다. 이때문에 이번 감량안은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취약한 독립프로덕션의 경영난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폐지된 프로의 상당수가 외주프로인 독립제작사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방송사측은 대신 한국 영화와 자회사 중심의 외주를 늘릴 방침이다. 독립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와 대형쇼 등 고비용 구조는 방치한 채 순수외주물을 줄이는 것은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거대방송사가 경비를 줄인다며 「구멍가게」를 쓰러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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