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이」출연 최주봉,권위 떨어진 家長모습 그려

입력 1997-09-27 08:53수정 2009-09-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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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속 인물은 우리시대의 얼굴이다. 극중 캐릭터는 탤런트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와 합쳐져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그런 캐릭터를 만나본다.》 이런 아버지가 있다. 고생만 하는 아내를 내버려 두고 이웃집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아내는 화병으로 숨진다. 아버지는 아랑곳 없이 계속 예전의 여자를 만나고 자식들은 이런 아버지에게 반항한다. 아버지는 내연의 여인과 함께 노래방에 들른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노래방에서 일하는 딸은 아버지와 마주친다. 자식들이 『아버지가 언제 집안일에 신경쓴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속이 상한 아버지는 술타령을 한다. 『내가 명색이 가장인데 왜 아무도 나를 대접해주지 않는가』라고. 한가족의 굴곡을 그리고 있는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는 사실적이다. 최주봉이 연기하는 아버지는 비열하고 이기적이다. 그러나 바람을 피우다가도 자식들에게 미움받는게 두려운, 상황과 위치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같이 나쁜 면이 도드라지는 다중성격의 아버지는 기존드라마에서는 흔치 않았다. 결함 많은 성격을 지닌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방울이」는 도식적이고 「뻔하다」는 느낌을 지우고 있다. 작가 박진숙씨는 「집안에서는 가족들의 미움을 받고 그렇다고 집밖의 여인에게서 위안을 얻자니 당당하지 못한 인물」로 방울이 아버지를 그린다. 「방울이」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맞벌이가 유행하고 개인주의가 침투한 요즘의 신세대 사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남편상이다. 한없는 아내의 희생을 요구하며 자신만을 챙길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박씨는 극중의 인물에 대해 「사라져 가는 아버지상」이라고 한다. 최주봉씨는 『너무 바람만 피우는 인물로 그리지는 말아달라』고 제작진에 부탁한다. 극중의 아버지는 결국 새 여자에게서도 버림받은 뒤 조강지처야말로 얼마나 귀중했는가를 깨닫는다. 그러나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기에 고통스럽다. 본부인 후처 자식들 모두로부터 팽개쳐지는 그는 이 시대 실추된 가장의 권위를 극명하게 상징하는 「슬픈 아버지」이다. 「잘생긴 허무주의자」를 구했으나 극이 무거워지는 것을 염려해 코믹한 이미지의 최주봉씨가 캐스팅됐다. 하지만 제작진은 전체이미지때문에 이러한 코믹성이 너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란다. 최주봉씨는 머리모양과 색깔을 바꾸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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