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5원소」 가위질 국제적 망신살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5분


한국 영화계의 「가위질」 관행이 국제적 망신거리로 떠올랐다. 영화 「제5원소」 홍보를 위해 17일 내한했던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38)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18일 출국했다. 내한 당일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8분 정도 잘려 상영(원작은 2시간)되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뤽 베송은 몹시 놀라며 실질적 수입사인 삼성영상사업단측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뤽 베송은 영화가 잘린 것을 안 뒤 18일 TV출연과 19일 명보플라자 등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팬 사인회 등을 모두 취소하고 서둘러 돌아갔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일방적 가위질이 문제가 되자 삼성측은 1주일안에 잘린 8분을 복원해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로부터 필름 원본을 다시 들여와 공연윤리위원회의 등급심의를 받은뒤 심의가 나는대로 곧 원본 그대로 상영하겠다는 것. 삼성측은 당초 이 가위질이 「중학생이상 관람가」 등급을 얻기 위해 선정적인 장면을 자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영화계에서는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뤽 베송 자신도 이 영화를 청소년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밝혔기 때문. 국내 영화계에서는 영화가 길 경우 상영횟수가 줄어 수익도 줄기 때문에 극장이나 수입사에서 감독의 양해없이 영화를 자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지난해 삼성영상사업단이 수입한 영화 「히트」도 40분 가량을 잘라냈다가 빗발치는 항의 때문에 다시 복원했었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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