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육아일기「養兒錄」,KBS「역사추리」서 방영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김갑식 기자] 서점가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곧잘 등장하는 육아일기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을까. KBS 1TV 「역사추리」(밤10.15)는 18일 조선시대판 육아일기인 「양아록(養兒錄)」을 중심으로 조상들의 육아세계를 공개한다. 양아록은 조선 성종때 태어나 이조좌랑을 지낸 이문건의 일기성 시편으로 충북 괴산에 살고 있는 성주 이씨 문중의 이필섭씨 집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육아일기는 부모가 기록하는 요즘 육아일기와 달리 할아버지가 기록한 것이다. 이문건이 손자 수봉(후에 준숙으로 개명)이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면서부터 14세까지의 단계별 성장과정과 질병의 치료법, 교육방식 등을 세세하게 언급했다. 1551년1월5일생인 수봉이 △4개월 능히 목을 가누다 △6개월 앉고 이가 나기 시작했다 △7개월에는 기어가고 8개월이 되자 윗니 두개가 났다 △10개월에 처음 서고 11개월에는 능히 다리를 움직였다고 기록돼 있다. 이조좌랑까지 지낸 이문건이 손자에 대해 이같은 애정을 기울인 것은 당시의 높은 영아사망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슬하에 3남2녀를 두었으나 수봉의 아버지인 온만이 살았으며 5명의 손자중에서도 수봉과 여동생만이 생존했을 정도. 양아록은 수봉의 병력(病歷)과 함께 치료법을 비중있게 다뤘다. 수봉은 △벼룩과 이(생후)△설사(8개월부터 두달간) △눈다래끼(세돌)△천연두와 볼거리(다섯돌)△귓병(아홉돌)△홍역(열살)을 앓는 등 병치레가 잦았다. 이때 이문건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재를 처방했지만 사대부임에도 굿이나 방술을 사용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조부의 사랑을 나타냈다. 이 프로는 또 태교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한 「부성태교(父性胎敎)」의 내용을 소개한다. 「동의보감」과 조선 정조때 학자인 유희의 어머니 사주당 이씨가 기록한 「태교신기」등에는 『잉태시 부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며 아기의 지각은 부친의 태교에, 형상은 모친의 태교에 달려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아이를 가지면 아버지의 금욕과 살생의 금지를 강조했고 부부간의 잠자리 시점으로 △술을 마셔 정신이 혼미하거나 △과식하거나 허기졌을 때 △부뚜막이나 뒷간 등 부정한 장소는 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 조선시대의 해산풍속과 성교육, 백일과 돌의 의미 등 육아에 관한 내용들이 드라마로 재현된다. 지난해 한국한문학연구 19집에 양아록의 내용을 소개한 이상주씨(청주대강사)는 『자손을 사대부형의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이문건의 노력을 통해 생명에 대한 외경과 육아에 대한 엄격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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