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립싱크 표시·고교생출연 제한…KBS「가요톱10」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許 燁기자」 KBS가 내년부터 가요 프로에서 립싱크를 표시하고 고교생 가수의 출연을 제한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KBS는 「가요 톱 10」의 경우 1월 8일부터 립싱크 표시를 화면에 내보내고 고교생 가수를 출연시키는 것도 자제한다. 다만 MBC는 이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중이고 SBS는 별도의 방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립싱크는 노래와 반주를 담은 테이프를 틀어 놓고 입만 벙긋거리는 것으로 가요계에서는 해묵은 논란거리. 특히 수년전부터 댄스 바람이 불면서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기 어려운 가수들이 립싱크로 노래해 왔다. 최근 일부 댄스그룹중에서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가수들이 방송 무대에서 노래하는 방식은 AR, MR, 라이브 등. 이중 AR는 립싱크이고 MR는 반주 테이프에 맞춰 노래하는 것으로 두 단어는 국내에서만 쓰는 「콩글리시」다. 라이브는 노래와 연주를 현장에서 하는 경우. KBS의 립싱크 구분은 화면 한구석에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양을 넣어 「현재 립싱크중」임을 알리는 것. 곽명세 KBS 주간은 『립싱크 표시는 시청자들의 알 권리에도 부합된다』고 말했다. KBS측은 또 현란한 편곡 때문에 라이브로 노래하기 어렵거나 방송무대에 미숙한 신인 등에게 립싱크를 용인하지만 기존 댄스가수들에게도 「육성」을 권장하기 위해 머리에 쓰는 마이크(헤드세트)도 준비했다. 그러나 일부 가요PD나 매니저 등 가요관계자들은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방송오디오시스템 등 제작여건이 라이브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교생 가수의 출연을 제한하는 방침은 논란의 소지가 많은 문제이다. KBS측은 『10대 그룹이 인기를 얻자 고교생팀 20∼30개가 준비할 정도로 부작용이 커서 이를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고교생 탤런트와의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도 팽팽하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PD들 사이에서도 「인기 그룹인 경우 불가피하다」는 등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어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되며 KBS가 당초출연금지에서 자제로 후퇴한 데서도 이같은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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