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몸값 추월한 메모리… 반도체 빅3 시총, 에너지 빅3 넘어

  • 동아일보

AI투자 광풍에 반도체 수요 급증
‘3.7조 달러 vs 2.7조 달러’ 큰 격차
공급난에 5년 단위 장기 계약도… “내년 메모리 더 부족할것” 전망
코스피 8700선 돌파, 시총 7000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 3사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범용 상품으로 분류되던 메모리 반도체의 몸값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석유보다 부쩍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09% 오른 34만9000원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보통주 시총이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겼고, 우선주를 포함한 시총은 2224조 원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1.29%)의 시총도 1684조 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도 시총이 1조950억 달러(약 1651조 원)로 증가하면서 메모리 ‘빅3’가 나란히 시총 1조 달러 벽을 넘었다. 메모리 3사 시총을 합치면 약 3조7480억 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1조7750억 달러), 미국 엑손모빌(6020억 달러), 셰브론(3630억 달러)의 시총 합산(2조7400억 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덕분에 메모리 반도체의 가치가 석유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과거 메모리와 원유는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성능 규격이 표준화된 메모리는 제조사마다 차별점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메모리 제조사와 석유 기업 모두 가격 결정력도 갖지 못했다. 둘 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감가상각으로 인한 이익의 불안정성이 약점이었다. 석유는 특성상 산유국 정부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AI 투자 광풍이 상황을 바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객 맞춤형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범용 메모리마저 공급 부족이 심화되며 메모리 제조사들이 장기 공급계약(LAT)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실적 발표 직후 “처음으로 5년 단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D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낸드플래시 생산 제조사의 몸값도 달라졌다. 미국 샌디스크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00% 넘게 오르며 시총이 2510억 달러까지 커졌다. 동북아 최대 석유 기업 중국 페트로차이나(2543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회계 부정 등으로 분할 매각을 겪었던 키오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는 1일 상장 후 처음으로 일본 시총 순위 3위에 올랐다. 이날 키오시아 주가는 10.1%나 상승하며 시총이 39조6096억 엔(약 374조 원)으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AI 수혜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14.02%나 급등하며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시총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2003년 이후 23년째 일본 시총 1위를 지켜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제 개화를 시작한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지만, 메모리 제조사의 신규 투자가 HBM에 집중됐다”며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한층 심화하면서 메모리 기업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8% 오른 8,788.38로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상장사 시총은 7204조 원까지 늘며 처음으로 7000조 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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