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MZ 고객 공략 나선 건설사들
디퓨저-와인-가방 등 굿즈 만들고… 홍보관서 전시-강연 등 체험 강화
압-여-목-성 대형 재건축 수주전에, 설계 기술만으로 차별화 한계 느껴
‘내 집 마련’ 연령대 낮아지는 추세… 경험 위주 마케팅으로 이미지 각인
⟪건설사의 유혹… “본보기집 대신 팝업스토어”
최근 본보기집 대신 팝업 스토어를 열고 와인, 디퓨저 등 굿즈를 선보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 압구정, 성수 등 주요 재건축, 재개발 수주전에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GS건설은 일상에서도 ‘자이’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서울 성동구 팝업 스토어 방문객에게 자이 로고가 새겨진 미니 에코백을 증정했다. GS건설 제공“이게 무슨 향이에요?”
15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 마련된 GS건설의 팝업 스토어 ‘하우스 자이’ 안으로 들어서자 머스크·우드 계열의 향이 가장 먼저 코끝을 스쳤다. 파르나스호텔과 GS건설이 협업해 만든 디퓨저 ‘센트라인’의 향으로 GS건설이 최근 시공사로 선정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성수1지구) 커뮤니티 시설에 적용될 예정이다.
아파트 거실처럼 꾸며진 ‘유니크 존’에서는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층수별 한강 조망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GS건설이 개발한 파노라마 조망 구조 설계를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팝업을 모두 둘러보자 마지막에는 키오스크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유형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나왔다. 각 유형과 자이 아파트의 공간을 짝지어 인공지능(AI)으로 자신의 얼굴이 담긴 이미지를 구현해 주는 것이다. 관람을 마친 직장인 유정민 씨(27)는 “아파트는 실제 입주하지 않는 한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팝업을 통해 ‘이런 생활이 가능하겠구나’라고 가늠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정혜리 GS건설 브랜드전략팀장은 “아파트 선택 기준이 입지나 가격을 넘어 내가 살면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가로 확장되고 있다”며 “단지에서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인천국제공항과 성수동에 이어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건설사들이 ‘경험 마케팅’으로 브랜드 영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본보기집이 아니라 팝업스토어를 열고 각종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며 젊은 층의 경험소비 성향에 맞춘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압·여·목·성(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올해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이 벌어지면서 건설사 브랜드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체화하고 호감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브랜드 철학 담은 정원 꾸미고 자체 향수도 개발
IPARK현대산업개발은 서울숲에서 진행 중인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숨 쉬는 땅, 깨어나는 정원’을 선보였다. 땅을 단순한 기반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이자 메시지로 확장해 디벨로퍼로서 공간의 가치를 재해석하겠다는 방향성을 담았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19일 서울숲 중앙 잔디광장. 곧바로 붉은색 강화유리로 조성한 파빌리온(임시 구조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계룡건설이 조성한 이 구조물 안으로 들어서자 푸른 하늘과 노란 꽃나무 히어리, 바닥에 깔린 현무암 모두 빨갛게 보였다. 계룡건설 주거 브랜드인 ‘엘리프’의 콘셉트 ‘삶을 다르게 보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맞은편 IPARK현대산업개발이 조성한 정원에서는 버튼 하나를 누르자 평지에서 삼각형 모양 대지가 사람 허리까지 솟아올랐다. 모든 가치가 땅에서 시작된다는 IPARK현대산업개발 철학을 ‘랜드 아트’로 구현했다.
GS건설은 서울숲에 제주 곶자왈을 느낄 수 있는 정원 ‘엘리시안 포레스트’를 조성하고 한옥 비례를 활용한 티 하우스를 배치했다. 대우건설 역시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트리로 유명한 조경 설계사인 ‘그랜드 어소시에이츠’와 협업해 지면에서 떠 있는 형태의 정원인 ‘써밋 사일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정원이나 팝업스토어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체험형 공간을 조성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공간을 직접 체험하려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본보기집이나 온라인 광고만으로는 충분히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최근에는 내 집 마련을 하는 연령대가 30대로 낮아졌고 1, 2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층이 젊어진 만큼 브랜드 전략을 그에 맞춰 전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개발한 향기와 음악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오감으로 느끼도록 하거나, 기존의 홍보관을 아예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삼성물산은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에서 4월부터 7월까지 ‘집’이라는 공간을 색, 향기, 오브제 등을 활용해 다양하게 표현한 몰입형 체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세돌 전 프로 바둑기사, 정우철 도슨트 등을 초청한 인문학 강연도 진행한다.
포스코이앤씨와 두레유가 컬래버레이션한 ‘블랜디드 골드티’. 포스코이앤씨 제공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상징하는 향기인 ‘오티에르 엘릭서’를 개발해 브랜드 홍보관인 ‘더샵 갤러리’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영화, 드라마 음악감독인 정재일 작곡가와 협업해 제작한 음반을 들으며 시그니처 음료인 커피 ‘플로르’나 티 ‘문’을 즐길 수 있다. 4월 중순에는 종로구 익선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더샵갤러리 작품 전시, 이끼 키링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화 건설부문의 ‘포레나 와인’. 한화 제공일상 속에서 브랜드를 가깝게 느끼도록 자체 개발 굿즈를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화 건설부문은 디퓨저, 캔들(향초)을 비롯해 자체 제작한 와인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미국 워싱턴 등 특정 지역 와인의 향미(香味)처럼 특별한 일상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에서 제작한 ‘업사이클링’ 가방. 삼성물산 제공GS건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브랜드 로고(BI)가 담긴 수건, 도마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장에서 낙하물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보호망을 활용해 가방, 태블릿 등으로 재활용하는 등 ‘업사이클링’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워크웨어, 커피 브랜드 등과 협업해 옷, 피크닉 세트 등을 제작했다. 정수연 래미안갤러리 소장은 “업사이클링이라는 가치를 더해 고객들이 일상 속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 직접 만나는 건설사들
건설사들이 이처럼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각 건설사의 시공, 설계 기술 등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점이 배경에 있다. 단지형 아파트에 남향 배치를 선호하는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아파트 평면이 어느 정도 굳어져 있는 상태여서 혁신적인 평면이나 설계를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특히 올해 들어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에서 잇달아 대형 재건축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마케팅에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시공사 수주전은 금융 조건을 놓고 경쟁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 조건 역시 실제로 이행이 가능한지 수주전에서 브랜드 이름값과 신뢰도를 보고 조합원들이 표를 준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본보기집이나 홍보관을 한 군데에 조성하고 고객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고객과 최대한 많은 접점을 확보하도록 사업지 인근에 홍보관을 조성하기도 한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5구역 일대에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5구역 인근 건물 2층과 3층을 각각 브랜드 홍보관으로 꾸며 조합원을 맞고 있다. 재건축 후 4만7000채 규모로 거듭날 예정인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 일대에서도 현대건설이 최근 ‘디에이치 라운지’를 개관했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도 조합원과 직접 만나 홍보전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험형 방식으로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당 주거 브랜드가 추구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브랜드 컨설팅 회사 미량의 김양미 대표는 “체험형 전시관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는지가 아니라, 방문 전과 방문 후 고객의 브랜드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달려 있다”며 “단순히 ‘좋은 상품’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브랜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집의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때 진정한 브랜드 경험이 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