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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기업도 벌벌 떠는 ‘과징금’ 될까…공정위 개편 행보 주목
뉴시스(신문)
입력
2026-02-18 09:09
2026년 2월 18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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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부과 한도 최대 5배까지 대폭 상향
협조·자진시정 시 감면…李 “과도 감면 개정”
상향 외 기업규모 고려·하한선 등도 검토
업계 반발 우려…“입법 과정서 타당성 확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제당사의 담합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02.12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경제적 제재 수위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과징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위법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보다 훨씬 큰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해야 법 위반 유인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징금 상한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규모를 반영하거나 과징금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까지 도입될 경우 제도 변화의 폭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불공정거래 기업에 대한 제재 및 부당이득 환수를 강화하기 위해 과징금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하도급법·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 등 공정위 소관 주요 법률의 과징금 부과한도를 현행보다 최대 5배까지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그간 형벌로 규율한 사례가 드물고 주로 과징금을 통해 제재해 왔으나, 과징금 부과 수준이 낮아 법 위반 억지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한도를 현행 관련 매출액의 6%에서 20%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질적인 담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법제 수준에 맞춰 과징금 한도를 현행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동안 과징금 수준이 기업의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과징금은 공정위가 기업의 담합·불공정거래·시장지배력 남용 등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제재 수단이다.
현재는 법 위반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에 일정한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뒤 가중 및 감경 사유를 반영해 최종 금액이 산정된다.
하지만 조사·심의협조와 자진시정 등 감경 요인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이 법상 상한이나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제재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직접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주문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밀가루·설탕 등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업체들이 무더기 기소된 것을 언급하며 “담합 규모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과도한 감면 규정으로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라”고 지시하며 보다 강력한 경제적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법률상 상한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 방식 자체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기업 규모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과징금은 위반 행위와 관련된 특정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이를 기업의 전세계 매출액이나 자산총액 등 보다 포괄적인 지표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EU의 경쟁법 집행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EU는 담합 등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해 관련 매출액뿐 아니라 기업의 전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도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징금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현재 공정위 과징금 제도에는 상한은 존재하지만 하한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다양한 감경 사유가 적용될 경우 과징금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등 일부 분야에서는 위반 행위에 대해 최저 부과금액을 설정해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2년 이내에 동일한 종류의 법 위반 행위로 3회 이상의 조치를 받거나, 부당 이득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법정 최고액의 50%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공정위가 유사한 방식으로 최소 부과 수준을 정할 경우 과도한 감경으로 인해 제재 효과가 약화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제도 개편이 실제로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과징금 상한 측면 만을 보더라도 기존에 비해 최대 5배까지 높아진다는 안이기 때문에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수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과징금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컨대 상한이 6%에서 20%로 오른다고 해서 6% 부과 받을 사건이 반드시 20% 부과 받는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거나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은 기업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업계의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단계로,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U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점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다.
EU는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집행하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징금과 함께 형사처벌도 병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경제적 제재와 형사처벌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EU 사례를 언급하면서 과징금까지 대폭 강화할 경우 명분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구체적인 타당성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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