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프라 열악-규제 많아”… 美-싱가포르 가는 AI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7일 03시 00분


美, 서비스 개발때 빅테크 기술 지원
싱가포르, 인재 많고 행정절차 간소
전문가 “한국, 창업 생태계 혁신을”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 인재 풀, 정부 규제 등 많은 측면에서 해외보다 열악하다. 성공하려면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창업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IT 대기업 인공지능(AI) 담당 임원의 이야기다. IT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혁신이 싹트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한목소리로 한국 산업 생태계의 한계를 지적한다. 새로운 IT,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 국내 시장이 작다는 점도 단점이지만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기술 기업 입장에서는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 격차가 크다”며 “미국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 출시할 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의 최적화된 기술 지원이 뒷받침되는 반면 한국은 이보다 수준이 크게 못 미쳐 효율이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했다. AI 맞춤형 모바일 광고 플랫폼으로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내는 ‘몰로코’와 기업용 채팅 솔루션 분야 세계 1위 ‘센드버드’도 한국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싱가포르도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트는 데 가장 선호하는 나라다. 우수한 인재 풀과 빠르고 간소한 행정 절차, 낮은 법인세, 강력한 지식재산권(IP) 보호 체계 등 훌륭한 창업 환경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내놓은 AI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와 함께 1군인 ‘AI 선도국’으로 꼽혔다. 한국은 다음 단계인 ‘AI 안정국’으로 2군에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 시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산업 현장이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건설, 조선 등 제조업 공정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거나 업무 효율을 높여주고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에이전트(비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협업 툴 스타트업 스윗의 이주환 대표는 “에이전트는 초대형 인프라 투자 없이도 기술력으로 비교우위를 가져갈 수 있고, 이는 특히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명예교수(초대 원장)는 “지금부터라도 인재 교육, 기업 투자, 기술 육성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판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인프라#인재 풀#정부 규제#AI 스타트업#AI 선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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