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언어 다르지만… 한국은 우리의 역사가 시작된 곳”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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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14개국 입양동포 등 112명 참가
토크콘서트-역사체험 등 진행
내일 ‘최종 선언문’ 채택 예정… “입양동포-한국 간 협력 강화”

1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 14개국에서 온 112명의 입양동포와 가족들은 한국 구석구석을 체험한 뒤 14일 입양동포와 한국 모두의 발전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청 제공
1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 14개국에서 온 112명의 입양동포와 가족들은 한국 구석구석을 체험한 뒤 14일 입양동포와 한국 모두의 발전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청 제공
11일 동양인, 백인, 흑인 혼혈까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112명의 사람들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 모였다. 전 세계 14개 국가에서 온 이들은 생김새는 물론이고 사용하는 언어도 저마다 달랐다. 공통점은 단 하나, 바로 가족 중에 한국 출신 입양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찾은 입양동포들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서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밟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태어난 한국, 첫 방문 아니에요” 입양동포 축제

프랑스로 입양된 한인 입양동포 남매가 각자의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았다. 재외동포청 제공
프랑스로 입양된 한인 입양동포 남매가 각자의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았다. 재외동포청 제공
재외동포청은 11∼14일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112명은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행사는 재외동포청이 올 6월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공식 행사다.

독일에서 온 한인 입양동포 출신 부부인 콜야 홀펠트 씨(왼쪽)와 이리나 그리프 씨가 나란히 한복을 차려입고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독일에서 온 한인 입양동포 출신 부부인 콜야 홀펠트 씨(왼쪽)와 이리나 그리프 씨가 나란히 한복을 차려입고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각국 공관의 추천을 받아 입양동포 및 그 가족을 초청했다”며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온 한인 입양동포 출신 부부인 콜야 홀펠트 씨와 이리나 그리프 씨는 함께 한복을 차려입고 행사 개막식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기념 촬영을 할 때 저마다 ‘김치’를 외치며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입양동포들은 행사 첫날인 11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덴마크에서 온 크리스티나 레비슨 씨(42·여)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느낌을 말해 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한국에 와서 굉장히 흥분되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첫 방문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나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사회자도 “여러분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다. 제가 질문을 잘못 드렸다”고 사과했다.

입양동포들에게 한국이 좋은 기억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유년 시절 한국이란 뿌리를 숨겼다. 독일 입양동포인 야스민 마게스 씨(49·여)는 독일인 양부모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양어머니가 ‘한국은 너를 거부한 나라다. 그런 나라에 왜 관심을 가지느냐’고 말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의 영업 매니저로 일하는 톰 에베르스 씨(54)는 “한국 보육원에서 지어준 한국 이름이 있었지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무척 싫어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자녀를 낳은 뒤 한국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여기엔 최근 서구 젊은 세대를 파고드는 ‘K팝’ 등 한국 문화의 영향이 컸다. 마게스 씨는 “딸 에바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저 역시 한국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전했다. 에베르스 씨도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줄 생각조차 없었지만 첫째 딸이 나 몰래 서울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한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딸들의 지지에 한국 내 가족을 찾기 위한 유전자(DNA) 검사도 한 상태다.

● 재외동포청 “입양동포 모국 이해도 높일 것”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는 한인 입양동포와 한국 사이의 ‘연결’을 위해 마련된 행사다. 입양동포 사이의 연대도 강화하는 게 행사의 목표다.

이탈리아한인입양인협회(KORIA)의 카를로 콜롬보(박흥국) 회장은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을 대표해 “우리가 아직 서로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친해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우리 모두가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112명은 11일 토크콘서트 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한국 역사체험에 나섰다. 12일에는 법무부, 아동권리보장원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재외동포비자 취득과 국적 회복, 한국 내 친족 찾기와 유전자 검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방문해 한국 산업시설을 시찰하는 시간도 가졌다. 행사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112명 모두가 참여하는 ‘최종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여기엔 입양동포와 한국 사이의 상호 발전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모국과의 유대가 취약했던 입양동포들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모국을 깊게 이해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겠다”며 “앞으로도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는 생각으로 입양동포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모국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충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재외동포청#모국 이해도#최종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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