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보따리 준비하는 보험사…車보험료 인하·실손보험 인상률 최소화 등 ‘만지작’[금융팀의 뱅크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8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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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상생금융 상품과 함께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때 이후 신한라이프가 이달 21일 청년층 타깃 연금보험을 내놓을 때까지, 보험사들이 추가로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은 네 달 넘게 전무했습니다. 그만큼 생보사 입장에서 마땅한 상생 대책을 못 찾고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한화생명 제공
올 7월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상생금융 상품과 함께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때 이후 신한라이프가 이달 21일 청년층 타깃 연금보험을 내놓을 때까지, 보험사들이 추가로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은 네 달 넘게 전무했습니다. 그만큼 생보사 입장에서 마땅한 상생 대책을 못 찾고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한화생명 제공
강우석 경제부 기자
강우석 경제부 기자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들도 상생금융 방안을 쥐어짜느라 고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조만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어서 보험업계가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상당한 분위기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는 이달부터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20일엔 8대 금융지주 회장을 27일엔 17개 은행장을 만나 고금리 장기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길 요청했지요. 다음달에는 보험, 카드, 캐피털 등 2금융권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 합니다.

정부가 은행 다음으로 보험사에 상생금융을 요구하는 것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졌으니 곳간이 비교적 넉넉한 금융권이 ‘십시일반’을 해달라는 것이죠.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1~6월) 동안 9조14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63% 늘어난 수준입니다. 은행, 보험사들은 라이선스에 기반해 사업을 펼치다 보니 인허가권을 지닌 금융당국의 요구를 허투루 넘길 수 없습니다. 금융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의 심정’으로 상생금융에 협조하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의 고민은 은행처럼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는 겁니다. 대출 사업을 주력으로 안 하다보니, 이자를 깎아주거나 감면해주는 형태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거죠.

우선,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차량을 소유한 2400만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한 상태라 수혜 대상이 넓기 때문입니다.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개선돼 보험료를 낮춰도 손보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도 않습니다. 애초 인하율을 1.5~2.0%로 검토했는데 최근에는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2~3% 선으로 논의 중이라 합니다.

4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가입해 ‘제 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지난해 실손보험은 약 1조5000억 원의 적자를 내서 보험료가 올들어 평균 8.9% 정도 인상됐습니다. 손보업계에선 적자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상생금융 협조 차원에서 인상폭을 최대한 낮춰보자는 기류입니다.

생명보험업계는 상생금융 방안을 물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손보처럼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상품이 전무한 데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같은 보편적인 상품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 생보사 임원은 기자에게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내놓자니 ‘상품 더 팔아서 돈 더 벌겠다는 거냐’고 욕만 먹을까 걱정된다”며 “은행에 비해 실효성 있는 상생금융 카드를 제시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생보업계에서는 청년, 취약계층에 특화된 상품 대신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하는 게 유의미한 접근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보험사 CEO와 금융당국 수장간의 간담회는 다음달 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날 보험사들은 정부가 ‘깜짝 놀랄만한’ 상생금융 보따리로 화답할 수 있을까요. 보험업계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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