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 LG생건 ‘납품 갈등 4년’… 판결 앞두고 업계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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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온라인몰 판매가 인상 요구”
LG생건,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
쿠팡, 과징금에 반발 행정소송 제기
고법 판결로 유사 사례 기준 될듯

2019년부터 4년간 이어진 쿠팡과 LG생활건강의 갈등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당초 17일로 예고된 판결 일정을 미뤄 31일 양측의 추가 변론을 듣기로 했다. 쿠팡이 다른 제조업체와 벌이고 있는 유사한 갈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31일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 변론을 재개한다. 이 소송은 LG생건이 2019년 6월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이 LG생건 등 납품회사에 11번가, 아마존 등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이 경영 간섭 등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32억9700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이 이에 반발해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 상고까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쿠팡의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유통 공룡 아마존에 의해 시장 질서가 바뀐 것처럼 한국에서도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쿠팡이 좋은 실적을 거둘수록 경쟁사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올해 2분기(4∼6월)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판결은 몸집을 키운 쿠팡과 이를 견제하려는 제조 대기업 사이의 유사한 갈등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기업들과의 납품가 협상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유료 멤버십 가격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쿠팡 입장에서는 납품가를 조정해 마진율을 높게 잡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쿠팡은 햇반 등을 둘러싸고 CJ제일제당과 납품 갈등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CJ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면서 전선을 넓혔다. 쿠팡은 LG생건, CJ제일제당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존슨앤드존슨, 유니레버와도 갈등 중이다. 이들 기업 제품인 뉴트로지나, 아비노, 존슨즈베이비, 리스테린(이상 존슨앤드존슨), 도브, 바세린(이상 유니레버) 등을 쿠팡에서 검색하면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로켓배송을 적용하고 있다.

쿠팡과 제조 대기업 간 갈등은 유통사와 제조사 간 오랜 주도권 다툼의 ‘시즌2’ 성격도 있다. 2012년 시행된 대규모유통업법은 기본적으로 유통사를 갑, 제조사를 을로 본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1위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엔 대형 유통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쿠팡은 제조 대기업들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이용해 쿠팡을 길들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쿠팡 같은 온라인 유통업자도 오프라인 유통업자와 마찬가지로 제조사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다른 기업과의 갈등에도 참고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쿠팡#lg생건#납품 갈등#이달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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