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공포 재확산… 한국도 외국인 자금 썰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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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어 유럽도 인플레 다시 들썩
“금융시장 작년 가을로 돌아간 듯”
韓銀 금리동결 후 환율 1320원대로
증시 외국인 1조 순매도… 가속 우려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재확산하면서 미국의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작년 가을의 ‘긴축 공포’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공포로 증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고, 한국도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복합위기의 여진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 인플레 우려에 美 국채금리 치솟아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중 3.983%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당시는 연준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 긴축 공포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도 4.82%로 장을 마치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시 들썩이자 지난 한 달간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0.7%포인트, 10년 만기 금리는 0.5%포인트나 뛰었다.

국채금리의 급등은 최근 발표된 주요국의 물가 지표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정책 결정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에 5.4%로 7개월 만에 재반등했다. 2월 프랑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7.2%로 1월(7.0%)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고, 같은 달 스페인 물가 상승률도 6.1%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현재 4.50∼4.75%에서 6월엔 5.25∼5.50%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16일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긴축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 침체에 대한 경고음도 나오기 시작했다. 월마트에 이어 유통업체 타깃도 이날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판매 둔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콘퍼런스보드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02.9로 전달(106)보다 내려가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국내서도 환율 급등, 외국인은 자금 회수
국내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은 지난달 28일 1322.6원으로 마감했다. 한은이 1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3.50%)한 지난달 23일(1297.1원)보다 25.5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것이다. 환율은 동결 당일 7.8원 떨어졌지만 24일과 27일 각각 7.7원, 18.2원 급등해 지난해 12월 7일(1321.7원) 이후 석 달 만에 1320원대로 올라섰다.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달 24일 이후 사흘간 국내 증시에서 9164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면서 코스피는 23일(2,439.09) 대비 1.1% 하락했다.

이런 시장 상황은 최근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과 이에 따른 한미 금리차 확대 우려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기준금리 상단이 4.75%인 연준이 향후 금리를 0.75%포인트 더 높인다고 가정하면 한은이 3.75%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더라도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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