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기 저성장’ 늪으로…성장률, 2년 연속 OECD 평균 이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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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1.1 뉴스1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1.1 뉴스1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한 뒤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0.4%)을 한 데 이어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의 ‘수출 쇼크’가 지난달까지 이어지면서 침체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올해도 잠재성장률(약 2.0%)을 밑도는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OECD 성장 중위권 국가로

1일 한국은행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속보치) 줄며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이는 OECD 38개 회원국 중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29개국 평균(0.3%)보다 낮다. 또 폴란드(―2.4%), 리투아니아(―1.7%), 오스트리아(―0.7%), 스웨덴(―0.6%)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1, 2분기만 해도 각각 0.6%, 0.7% 성장하며 OECD 평균(0.2%, 0.5%)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0.3% 성장에 그치면서 OECD 평균(0.4%)에 뒤쳐졌고, 지난해 4분기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한국의 연간 성장률도 2년 연속 OECD 평균을 밑돌았다. 지난해 OECD 29개국 평균 성장률은 2.9%였지만 한국은 2.6%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 성장률이 회원국 평균보다 낮았던 것은 1998년(한국 ―5.1%, OECD 평균 2.9%)과 2021년(한국 4.1%, OECD 평균 5.7%)을 포함해 세 번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1998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고, 2021년은 팬데믹 회복 국면에서 나타난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전년도(2020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에 남긴 상처(성장률 ―0.7%)가 OECD 평균(―4.3%)보다 작아 반등하는 힘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은 이런 별다른 특이 요인 없이 OECD 평균 성장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중위권 국가로 전락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며 “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잠재성장률은 조만간 OECD 최하위 전망

정부와 한은은 올해 1.6%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는 1.1% 수준으로 더 암울하다. 지난달 한국경제학회에 취임한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이 가장 심각하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2000~206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2020~2030년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1.9%로 OECD 평균(1.3%)보다 높다. 하지만 2030~2060년에는 0.8%로 OECD 평균(1.1%)보다 낮은 것은 물론 OECD 최하위로 추락한다.

당장 내년에도 2%대 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對)중국 수출이 반등하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 내년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칩4 동맹’(미국·한국·일본·대만 반도체 협력체)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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