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없는 ‘쏘카 P2P’… 말레이서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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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우버’ 그랩에 도전장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사 쇼핑센터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쏘카존의 모습. 총 4대의 차량이 들어갈 공간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준중형차량이 주차 중이다(위쪽 사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쏘카 말레이시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회의를 하고 있다. 
SK㈜ 제공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사 쇼핑센터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쏘카존의 모습. 총 4대의 차량이 들어갈 공간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준중형차량이 주차 중이다(위쪽 사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쏘카 말레이시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회의를 하고 있다. SK㈜ 제공
21일(현지 시간)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사 쇼핑센터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히잡을 쓴 여성이 올라탔다. SUV가 있는 장소는 SK㈜와 쏘카가 2017년 ‘쏘카 말레이시아’를 세워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뒤 이듬해 서비스를 시작하며 처음 조성한 쏘카존 중 하나다. 쏘카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를 포함한 말레이시아 전역에 쏘카존을 1000개가량 운영하며 고속 성장했다. 공유 가능한 차량은 4년여 만에 2000여 대(38종), 회원 수는 19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말레이시아 시장은 젊은 인구가 많고 공유경제 수용도가 높아 성장 속도가 빠른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 태동한 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진출한 쏘카 말레이시아의 기업-소비자 간(B2C) 차량 공유 서비스 점유율은 90%를 넘겼다.

● 한국엔 없는 P2P 차량 공유 서비스 제공
쏘카 말레이시아는 한국엔 없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2020년 시작한 개인 간(P2P) 차량 공유 서비스 트레보(Trevo)다. 말레이시아를 넘어 이웃한 인도네시아 시장까지 진출했다. 트레보는 차량 소유자가 자신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여하는 서비스다. 쏘카 말레이시아는 양측을 중개하고 보험을 제공한다.

트레보는 한국에선 불가능한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개인용 차량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중에는 차주가 통근용으로 쓰다가 주말에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트레보식 공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네거티브 규제(법에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트레보를 서비스하는 데 제약이 없다. 기업과 규제당국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규제를 조율한다. 샤일랜드라 네이선 쏘카 말레이시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트레보가 서비스되고 있는 나라의 정부와 관련 규제를 만드는 작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차량을 공유하는 트레보 호스트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트레보를 통해 차량을 공유 중인 호스트(차주)는 7500∼8000명이다. 인도네시아에선 1만 명을 넘겼다. 그중 한 명인 페리아카루판 씨(32)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량 공유 및 배송 서비스 그랩(Grab)의 드라이버였다. 그는 현재 6대의 차량을 트레보로 공유하는 전업 트레보 호스트다. 그는 사업 가능성을 보고 대출을 받아 차량을 구매해 공유 중이다. 그는 매달 대출금을 갚고도 월 1만 링깃(약 293만 원)의 수입을 남기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대기업 과장급 급여 수준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지만 쏘카와 트레보는 고객층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 쏘카 말레이시아 관계자는 “두 서비스 고객 중 겹치는 공통 이용자는 6% 수준”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쏘카존을 중심으로 통근 등 비교적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데 쓰는 반면 트레보는 여행 같은 장기간 대여 수단으로 선호된다.

● 그랩의 본고장에서 도전장
말레이시아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인구가 3300만 명 수준으로 인도네시아(약 2억7000만 명), 베트남(약 1억 명)보다 적긴 하지만 1인당 소득 수준은 싱가포르, 브루나이 다음으로 높다. 또 유가가 저렴하고 자국의 자동차 브랜드도 2개(프로톤, 페로두아)나 있어 차량 보급률이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다. 반면 대중교통이나 인도 등의 인프라는 부족하다. 6개 라인의 도시철도가 있긴 하지만 구간이나 역의 위치가 수요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고 도로 건너편으로 건너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등 인도 환경도 열악하다. 중위 연령이 29.2세(2020년 기준)로 젊고 인터넷 보급률도 높아 공유경제에 대한 거부감도 옅다.

쏘카 말레이시아는 2018년 우버와 합병한 그랩보다 현재 규모는 작다. 그랩은 기사가 포함된 차량 제공과 배달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쏘카 말레이시아는 서비스 차별화로 규모를 키워 가고 있다. ‘드라이버’가 서비스의 핵심인 그랩과 달리 ‘자동차’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쏘카, 투로, 그랩 등 차량 공유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이어온 SK㈜는 투자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쏘카 말레이시아에 힘을 싣고 있다.


쿠알라룸푸르=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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