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침체’ 눈앞… 수출 줄자 제조업 취업자 15개월만에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1월 취업자 증가폭, 8개월째 줄어
제조업은 1년새 3만5000명 감소
취업자 증가분 97%는 60세 이상
“2월부터 고용 둔화 확대 가능성”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가 고용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는 경기 둔화에도 취업자가 약 80만 명 늘어 ‘고용 있는 침체’였지만, 올해는 ‘고용도 없는 침체’로 경제 여건이 한층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3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1만1000명 늘었다. 2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증가 폭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8개월 연속 줄었다.

특히 1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3만5000명 줄었다. 2021년 10월(―1만3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한 것.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제조부문 고용 악화로 이어졌다. 월별 무역수지가 11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데 이어 고용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제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경기 영향이 빠르게 반영되는 만큼 고용 둔화 움직임이 일찍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악화가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경기 위축 영향이 지속적으로 고용 동향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경기 둔화,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해 2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 둔화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향후 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 둔화에 고물가가 겹쳐 실질소득이 지나치게 감소하는 걸 예방하기 위한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이외에 도·소매업(―6만1000명), 건설업(―3만9000명), 운수창고업(―5만1000명)에서도 취업자 수가 줄었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숙박·음식점업(21만4000명)과 보건·사회복지업(22만 명) 취업자는 늘었다.

연령별로는 노인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 반면에 청년 일자리는 줄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40만 명 늘어 전체 증가 폭의 97.3%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3월(40만8000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2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4만3000명, 6만3000명 감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상당수는 정부 주도의 공공 일자리에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소득 안정을 위해 1월에만 66만4000명의 직접 일자리를 만들었다. 직접 일자리는 정부가 임금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한시 사업이다.

지난달 일자리의 질은 나빠졌다.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8000명 줄어든 반면 주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는 47만 명 늘었다. 주 36시간 근무는 전일제와 시간제 일자리를 나누는 기준이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침체#제조업 취업자#감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