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첫 5개월 연속 하락… 생산-투자까지 ‘트리플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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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0.1%-소비 0.3%-투자 3.2%↓
“글로벌 인플레 등 불확실성 커져”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경기 지표가 모두 한꺼번에 꺾이면서 국내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비 지표는 역대 처음으로 다섯 달 연속 악화됐다. 미국과 중국 등 나라 밖 경기 상황도 좋지 않은 흐름이라 내수와 수출 양방향에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全) 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0.1% 감소했다. 이 중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와 기계장비의 부진으로 1.3% 줄었고, 제조업의 경우 재고량이 1.4% 늘고 평균 가동률이 1.2%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기 위축이 이어졌다.

소매판매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부진해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올 3월 이후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가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소매판매는 올 1월에도 2.0% 급감한 바 있고, 2월도 증가율이 0.0%로 보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내내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설비투자의 경우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달보다 3.2% 뒷걸음쳤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는 올 4월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4로 0.3포인트 하락하며 기준선(100)에서 더 멀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전반적인 경기 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등 대외 측면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美-中 경기지표도 둔화… 수출-내수 동반침체 우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정부, 복합위기로 뾰족수 없어
전문가 “당분간 하강 국면 지속”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지표도 둔화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전달(49.0)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선(50)에 미달했다. 미국의 제조업·서비스업 합성 PMI 예비치 또한 8월 45.0으로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5월 이후 2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대외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최근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과 무역수지에 더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고, 주요 수입 품목인 석유 가격은 오르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라서 소비도 쉽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앞으로 들어가는 게 기정사실화됐다고 보면 된다”며 “소비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와 수출 경기가 동시에 위기에 처했지만 글로벌 복합위기로 물가와 환율 수준이 너무 높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경기에 추가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물가와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경기 대응 및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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