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팔지 않기로 했다. 6월 중순 매각설이 처음 불거진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회사 내부의 반발이 거센 데다 당장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을 때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사모펀드사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간의 매각 협상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구성 변경을 검토해 왔으나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MBK를 상대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추진하려다가 반발에 시달렸다. 카카오 지분 일부와 TPG 등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함께 팔아 MBK가 1대 주주가 되고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내려앉는 방식이었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카카오 공동체(그룹) 노조까지 나서 매각에 반대했다. 직원들은 신사업 차질과 구조조정 등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쥐었을 때 나타날 변화에 부정적이었고 노조는 사모펀드 특성상 회사가 사회적 책임에 소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달 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 매각 추진을 유보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만드는 방안을 존중하고 기대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고, 이후 20일 가까운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매각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CAC는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이달 초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책임과 성장,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며 “협의체가 도출한 방향성을 존중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 플랫폼 종사자 처우 개선과 무리한 사업 확대 자제 등 사회적 책임에 보다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당초 카카오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잦은 논란에 시달리면서 더 이상 ‘카카오’란 이름을 달고 사업을 지속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컸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지분 매각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FI 간 지분 매각 논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TPG와 MBK가 계속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최대주주인 카카오(57.6%)에 이어 TPG 컨소시엄(29.0%)과 칼라일(6.2%) 등 FI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이제 TPG와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TPG는 2017년 처음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해 올해 5년이 됐는데, 통상 사모펀드 엑시트(자금 회수) 기한이 5년인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그간 무리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데에 TPG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 MBK라는 새 파트너를 맞이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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